"현재의 정치구조가 소선거구제 채택에 따른 승자독식으로 분열과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만큼 획기적인 정치구조 개혁이 필요합니다. 소선거구제 선거 방식을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하거나 지역의 목소리를 입법 과정에 담아낼 수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이 시급합니다."
정의화(사진) 국회의장은 지난 7월30일 서울경제신문 창간 55주년을 기념해 가진 특별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해 다당제가 현실화된다면 여당도 연정을 통해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할 수 있다"며 "만일 이 같은 방법이 여의치 않을 경우 현재 논의되고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지역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를 접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현재 247명(지역구)과 53명(비례대표)의 5대1 비율을 유지하면서 50명의 비례대표를 5대 권역으로 나누어 10명씩 배분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또 50명의 비례대표도 전문성보다는 해당 지역에서 최근 20년~30년 거주해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정치신인에게 문호를 개방하면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비례대표의 전문가 발탁에 대해 "전문가급 보좌관 채용과 예산정책처를 활용하면 전문성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만큼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비례대표로 추천하는 것은 재검토돼야 할 일"이라며 "비례대표를 전문가로 추천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사회구조를 감안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과거나 현재 비례대표 의원 중 투명성과 공정성, 합리성의 잣대로 판단할 때 다소 미흡한 분들도 있다"며 "전문성으로 포장해 비례대표로 공천하기보다는 해당 지역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정치신인을 발굴하는 것이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 의장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개헌 논의와 관련해 "개헌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20대 국회에서 시간을 갖고 단계적으로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평가했다. 그는 개헌이 필요한 배경으로 △시대에 맞는 헌법 보완 작업과 △권력구조 개편을 꼽았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과 문화, 사회 등 모든 분야가 다양화되고 있지만 헌법은 이 같은 다양성을 담아내기에 부족하다"며 "이 시대에 걸맞게 헌법을 보완하기 위해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권력구조 개편 논의가 필요하지만 분권형 대통령제와 내각제 등을 놓고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적절한 대안을 찾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내각제의 경우 우리 정치가 선진 정치 수준으로 올라갈 때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는 만큼 중간 과정으로 20~30년 동안 분권형 대통령제를 거쳐 단계적으로 내각제로 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정 의장은 나이를 먹으면서 바람직한 권력구조에 대한 생각도 변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선의원 시절에는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맞다고 판단했지만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정치활동(1년)과 재선 대통령의 레임덕(2년)을 빼면 결국 일할 수 있는 시간은 5년에 불과하다"며 "권력구조마다 장단점이 있고 내용도 복잡한 만큼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의장은 "다음 대통령(19대) 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은 개헌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야 한다"면서 "또 차기 대통령이 개헌을 논의하자고 해도 21대 대통령 선거에서부터 적용하기로 합의한 뒤 해법을 모색해야 차기 대통령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며 개헌 논의가 정국의 블랙홀로 부상할 가능성을 경계했다.
정 의장은 새누리당이 최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출생부터 잘못된 법"이라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실제 그는 2012년 선진화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한 본회의장에서 의장 직무대행 자격으로 이를 반대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저는 의장으로서 의원 여러분의 선택을 존중한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과연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깊이 있는 논의와 검토를 거쳤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이라면서 "19대 국회가 무기력 국회, 식물국회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도 없지 않다. 역사적인 순간에 기쁨보다 우려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반대했다. 정 의장은 이와 관련해 "국회 폭력방지법으로 출생했으면 될 법안이 선진화법으로 변했다. 고양이를 그리려다 사자가 나온 것"이라며 "이 법을 개정하려 해도 재적의원 50%가 아닌 60% 이상이 동의해야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돼 법 개정이 가능하다. 이 법이 만들어질 당시 과정이 얼마나 졸속이었는지 잘 알고 있다. 태생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장은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당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 법이 통과되면 대통령이 되시더라도 국회가 정부를 지원해줄 수 없다'고 직접 구두로 우려를 전달했다"며 선진화법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유지했다.
정 의장은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정치하는 이유는 대한민국을 건강한 사회로 만들고 영호남 간 지역갈등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라며 "또 궁극적인 목적은 남북이 하나가 되기를 온 국민이 바라는 만큼 남북통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진정한 광복을 위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것에 열정을 쏟아부을 것"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북한과의 교류·협력 강화, 4대 강국 및 아세안 10개국과의 유대 강화에도 매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대권 도전 가능성은 김지영 기자 |
정치 입문은 김지영 기자 jikim@s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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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안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