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한 게 없다는 조직보위를 내세우며 조직 지키기에 나선다고 도덕성이 회복되지 않습니다." 민주노총 제49차 정기 대의원대회가 열린 지난 28일 서울 강서구 88체육관 주변에서 한 조합원이 편지글을 배포했다. 그는 자신을 '2008년 12월6일 발생한 김OO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라고 밝혔다. 이 조합원은 글에서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반드시 '성폭력 사건 평가보고서 채택'건에 대한 안건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 더 이상 다음으로 유예돼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날 이 조합원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받아들여질 수가 없었다. 안건으로 올라와 있지만 막상 채택할 평가보고서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민노총 집행부의 한 관계자는 최종 보고서 채택을 논의하기는 했지만 최근 임성규 위원장의 사퇴와 조직 내부의 이견 등 여러 한계점을 극복하기 힘들어 차기 집행부에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넘었다. 당시 집행부는 사태를 책임을 지기 위해 총사퇴했고 보궐 집행부가 들어섰다. 민노총은 사태의 재발 방지와 철저한 진상 규명, 그리고 이를 통한 조직의 도덕성 회복을 다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날 대의원대회에서 도덕성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결과물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성폭력 가해자는 같은 날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원심이 확정됐지만 민노총은 여전히 제 자리걸음인 것이다. 피해자가 요구한 것은 금전적 보상이 아니다. 더구나 자신의 이런 문제 제기로 조직이 흔들리는 것은 더욱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는 편지글 말미에서 "조직이 잘못했음을 인정하고 각성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줬을 때 조직의 도덕성과 위상ㆍ신뢰가 회복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대의원대회에서 민노총은 차기 대의원대회에 성폭력 평가보고서 채택건을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그 전까지의 논의 과정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민노총이 추락한 위상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할지 주목된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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