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더블 클릭] 남강과 청계천의 유등 축제 갈등


몇 개월 전부터 진주시청에서 e메일이 날라 왔다. 나고 자란 고향이라 반가운 마음에 열어봤더니 내용은 이랬다. 서울시가 64년 전통의 남강유등축제를 베껴 지방 문화와 전통 자산을 말살한다는 거다. 세계적 대도시가 어디 할 것이 없어 지방 소도시의 창작물을 모방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호소였다. 한국방문의 해(2010~2012년)를 앞두고 2009년부터 청계천에서 유등행사를 벌이던 서울시가 정례화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참아온 진주시가 발끈한 것이다.

△유등은 원래 불가의 전통의례지만 남강유등축제의 기원은 400여년 전 임진왜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불리는 진주성 전투 때 유등은 야광탄 역할을 했다. 성 바로 아래로 흐르는 남강에 등을 띄워 왜군의 야간 도하를 막았던 것. 성밖의 친지와 안부를 주고받는 통신수단으로도 쓰였다. 이듬해 2차 전투에서 진주성이 함락되면서 순국한 민관군 7만명의 넋을 기리기 위해 등을 띄우는 풍습이 생겼고 이것이 1949년부터 개천예술제라는 축제로 승화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10만여개의 크고 작은 유등이 가을밤을 수놓는 광경은 압권이다.

△서울시와 진주시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31일엔 진주 시장이 상경해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연초부터 이어지던 릴레이 항의 시위가 갈 데까지 간 형국. 서울시 입장은 단호하다. 시민들의 반응이 워낙 좋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등을 띄운 청계천 일대는 발걸음 떼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시민들의 호응이 대단하다.



△심정적으로야 남 부러울 게 없는 서울시에서 지방의 반발을 무릅써가며 등을 띄워야 할까마는 서울시만 탓할 수 없는 노릇이다. 남강은 되고 청계천은 안 된다는 이분법부터 곤란하다. 서울시민 역시 유등을 감상하고 즐길 권리가 있다. 오죽했으면 시장까지 피켓을 들까 싶지만 한류가 세계로 수출되듯 지역 전통이 다른 지역으로 전파된다고 대승적으로 생각할 수는 없는 건지. 서울시도 모방에서 벗어나 서울만의 독특한 등을 청계천에 띄울 수는 없을까. 진주출신 서울사람으로서 바라나니 갈등도 유등처럼 물결 따라 흘러가기를…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