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월스트리트로 불리는 서울 여의도 권역이 오피스빌딩 임대차 시장 변화로 '월스트리트'라는 명성이 희미해져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 권역의 경우 상당 기간 오피스빌딩 공급 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임차인 역시 금융기관 위주에서 다양한 업종으로 변모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여의도 5번 출구 앞 교직원공제회 빌딩이 지난 2018년 2월 준공을 목표로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여의도빌딩·사학연금빌딩·파크원 등 개발이 계획 중인 오피스빌딩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존 여의도 오피스 임차인의 주류를 이뤘던 금융기관들이 하나둘씩 여의도를 빠져나가는 대신 정보기술(IT), 건설 등 다양한 임차인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22일 세빌스코리아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여의도 지역 공실률은 국제금융센터(IFC), 전국경제인연합회(FKI) 등 새 건물이 쏟아지면서 지난해 3·4분기 공실률이 25%에 육박했다. 하지만 올해 1·4분기 기준으로는 16.9%를 기록해 2분기 연속 공실률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의도, 상당기간 공급과잉 우려=하지만 대부분의 오피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신규 공급될 오피스 물량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우선 2017년 1·4분기 완공될 예정인 '여의도빌딩'이 있다. 여의도빌딩은 옛 미래에셋빌딩을 재건축하는 것으로 지하 5층~지상 14층 규모다. 옛 건물의 연면적은 약 1만4,469㎡였으나 새 건물의 연면적은 4만6,731㎡로 증가하게 된다. 이 건물은 100% 임대를 놓는다.
아울러 현재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인 교직원공제회빌딩의 준공 시기는 오는 2018년 2월이다. 지하 5층~지상 27층 규모의 이 빌딩은 연면적이 8만3,755㎡에 달하며 전체의 15%만 교직원공제회가 사용하고 나머지는 임차인을 찾아야 한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잡혀 있지는 않지만 사학연금빌딩도 변수다. 이 빌딩의 경우 현재 4만6,280㎡인 연면적을 14만5,454㎡로 증축해 새로 짓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으나 현재는 여의도 지역 오피스빌딩 공급과 공실률을 고려해 다시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12년 준공된 IFC도 여전히 많은 공간이 비어 있다. Three IFC의 경우 공실률이 약 80%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현재 입주를 검토 중인 씨티은행 입주 시 공실률은 약 60%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전히 채운 공간보다 비워진 공간이 많은 것이다. 여기에 오랜 기간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파크원도 장기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 금융기관 여의도 떠나고 비금융업종 속속 입주=공급 과잉 우려 속에 기존에 여의도를 선호했던 금융기관들이 여의도를 떠나고 있는 점도 변수다.
이미 미래에셋증권이 을지로로 자리를 옮겼으며 유안타증권도 지난해 3월 구조조정 이후 본사에 공실이 발생해 여의도에 있던 리서치센터와 법인영업부를 을지로 본사로 옮겼다. 또 대신증권도 2017년 초 을지로로 이사간다. 특히 금융권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어 앞으로 임대 수요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여의도의 터줏대감이었던 금융기관들이 빠져나간 공간을 LG CNS, 한화건설, IBM 등 비금융권 임차인들이 채우고 있다. 현재 여의도 권역의 금융기관 임차인 비중은 5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CBRE 관계자는 "여의도 권역의 경우 1970년대 후반부터 정부의 주도 아래 '서울의 맨해튼'을 표방하며 금융기관들이 모여들었으나 최근 금융권의 구조조정과 비금융 임차인의 진입 등으로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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