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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2월 25일] 동상이몽 한나라당
입력2009-02-24 17:26:57
수정
2009.02.24 17:26:57
[기자의 눈/2월 25일] 동상이몽 한나라당
정치부 임세원기자 why@sed.co.kr
"기업이 8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으니 100조원까지 채워주지 않겠어요?"(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이미 87조원이나 투자하는데 사내 유보금 100조원까지 더 하라는 요구는 무리입니다."(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24일 한나라당 대표와 경제6단체 대표들이 면담한 뒤 기자에게 내놓은 한마디다. 기업 투자라는 주제로 1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고 웃으며 헤어졌지만 양측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박 대표는 지난 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 100조원을 투자해달라고 호소했고 24일 86조8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경제단체장의 대답에 만족했다. 하지만 이 액수는 사내 유보금 100조원을 푸는 것이 아니며 한나라당이 요청하기 전인 올해 초 이미 책정해놓은 목표치다. 게다가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직전 해에 비해 줄어든 투자금이다. "100조원을 요청했는데 87조원 정도면 지난해보다 투자를 2조원밖에 안 줄인 셈이니 다행"이라는 한나라당의 반응에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이유다. 이미 재계가 계획한 투자를 집권 여당의 주문에 의해 행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라면 이미 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의 압박을 피한 재계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이날 면담에서 재계는 한목소리로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처리해달라고 요구했다. 일부 여론의 반대 탓에 처리를 4월 국회로 미뤄놓은 한나라당으로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인지 이날 여당 측 참석자들은 "시간이 나면 야당에 가서 한미 FTA 비준을 설득해달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소연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물론 집권여당이 경제위기에도 꿈쩍 않는 국회를 걱정하며 노력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여당은 이날 섣부른 의욕으로 두 번의 실수를 저질렀다. 한 번의 실수는 그렇다 쳐도 여당의 책무인 야당 설득을 미루는 모습까지 넘어가줄 국민이 얼마나 될까. 성과내기에 급급해 경제계는 물론 야당 설득에도 실패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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