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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정업무경비 투명화, 바람직하지만…

정부가 공무원의 특정업무경비 지출의 투명화를 적극 추진하는 모양이다. 바람직한 일이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사적 전용을 계기로 공무원사회에 자성과 투명한 집행 바람이 일고 있다는 점도 다행스럽다. 무릇 정부 예산 집행은 금액의 크기를 떠나 투명성이 제1원칙이다. 작은 경비부터 확실한 지출근거를 남기자는 정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문제는 '디테일'에 숨어 있는 악마다. 자칫 경비집행의 투명성 확보라는 명분에만 집착해 특정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결과가 얼마든지 빚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가령 은밀하게 수사 중인 경찰이 원칙대로 정부구매카드를 사용하면 비밀은 그 즉시 새어나가기 마련이다. 정부구매카드나 신용카드를 사용하기 어려운 오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 역시 현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정부의 특정업무경비는 일반기업의 판공비와 성격이 똑같다. 국가재정법상의 예산안 편성지침이 개정되기 전인 지난 1994년 이전에는 정부도 판공비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그렇다면 민간기업에서 인정되는 판공비 사용기준과 비슷한 잣대가 적용돼야 마땅하다. 조사나 감독ㆍ수사 또는 대공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일수록 기밀유지의 필요성은 더욱 높다. 이런 업무를 맡은 공무원들에게 일률적으로 경비집행의 투명성을 요구한다면 특정업무의 위축은 불 보듯 뻔하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정부의 방침이 하위직 공무원들에게 집중적으로 적용된다면 잠복근무 같은 업무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현실적으로도 현장 공무원들이 집행하는 특경비는 월 30만원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는 보다 정교하게 특경비 집행기준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월 400만원이 배정된다는 헌법재판관을 비롯해 고위직 공무원들의 경비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후속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특경비 집행의 투명성 제고는 분명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여론에 휘말린 일과성 시늉에 다름 아니다. 모처럼 형성된 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잘못된 관행 타파와 투명한 경비집행 문화로 정착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는 정부의 현실적이고 지속적인 개혁의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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