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핀란드를 방문해 사울리 니니스토 대통령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지난 23일 홍콩에서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진 뒤 행방이 묘연해진 스노든에 대해 “그는 환승 승객으로 환승 구역에 지금까지 머물고 있다”고 소개했다.
푸틴은 스노든의 모스크바 도착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며 “그는 환승 승객으로 와 비자나 다른 서류가 전혀 필요 없었고 환승 승객으로 항공권을 구매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그가 러시아 국경을 넘지 않기 때문에 비자는 필요 없다”고 거듭 지적했다.
푸틴은 스노든의 행적이 묘연해진 이후 러시아 정보기관이 그의 신병을 확보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 것과 관련 “우리 정보기관은 한 번도 스노든과 접촉한 적이 없으며 지금도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미국 측이 요구하는 대로 스노든의 신병을 미국에 인도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한 국가에만 해당 국가 국민을 인도할 수 있다”며 “미국과는 그런 조약을 체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어떤 경우든 그런 일(스노든 인도)을 하고 싶지 않다”며 “그 같은 일은 ‘울음소리만 요란하고 털은 적은 일’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비유적으로 설명했다. 짐승의 털을 깍을 때 울음소리만 클 뿐 정작 필요한 털은 적은 경우처럼 실리가 없다는 의미였다.
푸틴 대통령은 스노든이 자유로운 사람으로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 원하는 어디로라도 떠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그러나 이 일(러시아 출국)이 가능한 한 빨리 일어나는 것이 러시아와 본인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스노든이 법의 심판에서 벗어나는 일을 러시아가 돕고 있다는 비판은 “헛소리이자 난센스”라고 강하게 반박하면서도 이 일이 러시아와 미국 간의 실무적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길 바란다는 희망을 표시했다.
한편 스노든을 미국 측에 인도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푸틴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미국은 반론을 제기했다.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미국과 러시아 간에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는 스노든을 추방할 수 있는 분명한 법적 기반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디지털미디어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