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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15년전의 교훈
입력2005-09-01 17:29:47
수정
2005.09.01 17:29:47
김인영 금융부장 <a href="mailto:inkim@sed.co.kr">inkim@sed.co.kr</a>
15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임기 5년 내내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벌였다.
이른바 막대한 무역흑자와 3년 연속 12%의 고도성장에서 생긴 여유자금이 부동산에 몰렸다. 서울 서초동 삼풍아파트(65평형)가 지난 87년 9월 2억원에서 89년 4월에는 4억5,000만원으로 폭등했다. 1년 반 사이에 아파트가격이 두배 이상 올랐고 집주인은 가만히 앉아서 2억5,000만원의 불로소득을 챙겼다.
보통 사람의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한 6공화국 정부는 여론전쟁을 벌여가며 토지공개념을 도입하고 분당ㆍ일산 등 5군데에 신도시를 건설하고 재벌과 싸워가며 5ㆍ8 비업무용 부동산조치를 내렸다. 노 전 대통령은 “고속도로를 놓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길’ 대통령이라면 나는 ‘집’ 대통령으로 남겠다”며 단군 이래 최대 공사라고 자부하는 주택 200만가구 건설에 매진했다. 땅을 많이 가진 사람에게는 토지초과이득세라는 세법 원론에도 없는 세금을 물리고 주택과 토지에 대한 과표를 현실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역사는 반복한다. 15년 만에 다시 닥쳐온 부동산 투기는 노무현 정부를 투기와의 전쟁에 몰아넣고 있다. 노 대통령은 “하늘이 두쪽 나도 부동산을 잡겠다”며 강남 불패의 신화와 싸우고 있다.
15년을 사이에 두고 전개되고 있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에 쏟아낸 8ㆍ31 부동산종합대책은 내용이 달라도 신도시를 건설, 주택 공급을 늘리고 세금을 올려 수요를 억제한다는 큰 틀에는 과거와 다를 게 없다. 또한 금융 부문에서 발생한 과잉유동성이 부동산시장에 집중됐다는 사실과 미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부동산가격이 상승, 하락했다는 부동산 세계화의 추세와도 닮았다.
하지만 두 시대 사이에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 6공화국 시절에는 한국 경제가 초유의 3저 호황을 구가했지만 지금 경제는 장기적인 내수침체에 빠져 있다. 부동산시장이 내수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투기 억제대책이 거시경제에 줄 파장이 과거보다 더 커질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부동산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는 명분을 부정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6공화국의 부동산 억제정책은 일단 효과를 거뒀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집값ㆍ땅값은 91년 하반기에 한풀 꺾이기 시작했고 92년에는 마이너스를 기록, 노 전 대통령은 토지신화를 붕괴시키는 또 다른 신화를 창조했다. 노무현 정부도 강남 불패의 신화를 무너뜨릴 것으로 기대해 마지않는다.
문제는 부동산시장을 연착륙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은 부동산 거품이 경착륙하면서 15년 장기 불황의 늪에 허우적거렸고, 미국도 부동산시장이 급랭하면서 저축대부조합(S&L)이 집단 도산하고 씨티은행마저 사우디 왕자에게 손을 내밀어야 했다.
다행스럽게 우리는 6공 정부 시절에 부동산시장 연착륙에 성공해 94~95년 초유의 호황을 맞는 기반을 형성했다. 따라서 이번 정책이 성공하려면 천천히 거품의 바람을 빼야 한다. 카드시장의 거품을 급격히 빼려다 지난 3년간의 내수침체의 원인을 제공했던 우를 또다시 범해서는 안된다. 이번 조치에도 시장이 움직이지 않으면 더 강력한 조치를 내려 투기를 잡는 그물을 촘촘히 해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이 급락할 경우 그물을 느슨하게 해서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해서는 과잉유동성이 빠져나갈 탈출구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도 부동자금이 400조원에 이르는데 이번 조치로 부동산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가세한다면 자금시장은 또 다른 투기장으로 변할 것이다. 90년대 미국에서는 자금이 증권시장으로 몰렸고 한국은 기업의 대대적인 설비투자로 돈줄이 방향을 바꿨다. 정부는 부동자금을 공공사업으로 유도하고 있지만 그 사업 자체가 투기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기업을 다독여 설비투자를 유도하고 증권시장에 뭉칫돈이 흘러들어 산업자본화하도록 해야 부동산정책이 효과를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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