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바둑교실에서는 매일 수강생들에게 숙제를 준다. 간단한 사활문제의 답을 알아맞히라는 것이 숙제의 내용이다. 어느날 지도교사 이명덕씨가 정환이의 숙제를 검사하다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놀랍게도 까다로운 사활문제의 정답을 완벽하게 맞힌 것이었다. 이건 틀림없이 아버지의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환아. 숙제는 자기 힘으로 해야 해." 이렇게 타이르자 6살의 정환이가 대답했다. "제 힘으로 한 건데요." "정말이야?" "네." 지도교사는 다른 문제를 내주며 그 자리에서 풀어 보라고 했다. 그러자 어린 정환이는 10개의 문제들을 모두 금세 풀어 보였다. 그 이야기까지 듣고 난 정환의 어머니는 바둑전문교실의 문을 두드리기로 했다. 동네 바둑교실에서 1년쯤 더 배우자 그곳의 원장이 정환이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저한테서는 더 배울 것이 없습니다. 반포의 권갑룡도장에 데리고 가십시오." 이렇게 해서 박정환은 초등학교 1학년의 몸으로 권갑룡도장에 입문하게 되었다. 하변에 흑이 먼저 손을 대게 되어서는 흑이 유망한 바둑이다. 하지만 흑1로는 먼저 3과 5를 두는 것이 바른 수순이었다. 백6은 실착. 참고도1의 백1로 잡는 것이 훨씬 이득이었다. 흑11이 좋은 수순. 이 수로 참고도2의 흑1에 막는 것은 백2 이하 6까지 되어 흑의 집이 대폭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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