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전한 디비전1 그룹A(2부리그) 잔류 소식은 세계 아이스하키계에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등록 선수 1,800여명에 실업팀은 단 2개(한라ㆍ하이원)뿐인 나라가 아이스하키 강국들도 이루지 못한 기적을 썼기 때문이다.
강호 헝가리를 꺾어 화제가 됐던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이날 헝가리 부다페스트 스포르트 아레나에서 끝난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에서 영국마저 4대1로 눌렀다. 이로써 한 번의 연장승을 포함해 2승(3패ㆍ승점 5)을 거두며 대회를 마친 한국은 6개 팀 가운데 5위를 차지해 2부리그에 잔류하게 됐다. 최하위 영국은 디비전1 그룹B(3부리그)로 강등된다.
아이스하키는 수준에 따라 그룹을 나눠 세계선수권을 치르는데 이탈리아(16위)ㆍ카자흐스탄(17위)ㆍ헝가리(19위)ㆍ영국(21위)ㆍ일본(22위)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세계랭킹 28위 한국은 '1약'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3부리그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해 한 단계 승격했지만 이번 대회를 끝으로 다시 3부로 돌아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아이스하키는 그룹간 실력 차가 워낙 뚜렷해 승격 팀은 바로 다음 해 다시 강등되는 일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3부리그로 밀릴 경우 2018평창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기어이 살아남았다. 31년 동안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던 헝가리를 지난 16일 5대4로 이겼고 지면 바로 강등인 영국전에선 0대1로 뒤지다 내리 4골을 꽂는 뒷심을 과시했다. 아직까지 한 수 위로 여겨지는 일본엔 또 져 역대 전적이 1무18패가 됐지만 5대6으로 아깝게 패하며 대등해진 전력을 확인시켰다.
이번 대회에서 캐나다 출신 브락 라던스키(3골 2도움)의 특별 귀화로 성과를 낸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올 여름 캐나다에서 국가대표 공개 트라이아웃을 실시하며 본격적인 '평창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동포ㆍ혼혈 선수나 라던스키처럼 귀화를 원하는 인재들을 발로 뛰어 잡겠다는 얘기다. 정몽원 회장한테서 100억원 투자를 약속 받은 협회는 이미 내년 2부리그 세계선수권 개최도 신청해 뒀다. 아무래도 홈 이점을 안고 뛸 경우 잔류를 넘어 캐나다ㆍ미국 등이 속한 '꿈의 무대' 톱 디비전으로의 승격(2부리그 1ㆍ2위)도 기대해 볼 만하다. 한국은 2016년이 되기 전까지 세계 18위로 랭킹을 끌어올려야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얻을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