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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산 비상] 서식지역 넓은 큰기러기도 감염… 전국으로 번지나

고창 동창저수지 사체서 검출… 개체 수·이동경로 파악 못해

확진판정 농가 8곳으로 늘어 정부 "피해농가 세혜택 지원"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오리나 닭 등 가금류 판매가 크게 줄어들면서 22일 서울 서대문구 홍재동에 위치한 한 재래시장의 오리·닭 전문 판매점이 설 대목을 앞두고 있음에도 손님이 없어 한가한 모습이다. /이호재기자

전라북도를 강타한 조류인플루엔자(AI)의 발병 원인이 전라도에 주로 서식하는 가창오리로 추정되는 가운데 전국에 서식하는 큰기러기도 AI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철새도래지에 분포하는 큰기러기의 특성을 감안하면 AI의 전국 확산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큰기러기의 이동 경로나 분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방역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가창오리 이어 큰기러기도 AI=농림축산식품부는 22일 전북 고창의 동림저수지에서 큰기러기 폐사체를 검사한 결과 H5N8형 AI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고병원성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근 사례로 볼 때 가능성이 높다. 동림저수지는 이번 AI 발병원으로 지목되는 가창오리에서 처음으로 AI가 발견된 곳이다.

큰기러기는 유라시아 대륙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내는 철새다. 가창오리는 대규모로 군집을 이뤄 주로 호남 지역에서 서식하는 반면 큰기러기는 개체 수는 적은 대신 전국에 분포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방역 당국은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큰기러기의 개체 수나 이동 경로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AI가 주로 철새의 분변에 의해 전파되는 만큼 큰기러기에 의해 AI가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서해안 일대 철새 주 군락지를 대상으로 정확한 개체 수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가창오리를 통한 AI 확산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방역 당국은 전날 금강호에서 가창오리 폐사체 3개를 발견해 AI 감염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 가창오리에서도 AI가 발견되면 사실상 전라도 전역뿐 아니라 충청도까지 AI가 확산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가창오리가 동림저수지, 금강호(전북 군산~충남 서천), 삽교호(충청) 등에서 주로 서식하기 때문이다. 또 금강호 인근에는 50여개 농가에서 7만~8만마리의 오리를 사육 중인데다 닭 600만여마리도 사육 중이어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AI 확진농가 8곳=방역 당국은 전날 2곳의 농가에서 AI가 확진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AI 확진판정을 받은 농가는 5곳으로 늘었다. 여기에 고병원성 여부는 판정되지 않았지만 H5N8형 AI가 발견된 3곳을 포함하면 사실상 AI가 발견된 농가는 8곳으로 확대된 셈이다. 방역 당국은 현재 6곳의 농가에 대해서도 AI 검사를 진행하고 있어 발생농가는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권재한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AI 농가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방역대 밖에서 추가적인 AI 감염신고는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AI로 인해 닭·오리 살처분 등 피해를 입은 양계농가에 대해 재산세 감면 등의 세제혜택을 지원하기로 했다. 안행부는 이날 AI 피해농가에 재산세 감면 등 지방세 지원 기준을 수립해 각 시도에 통보했다. 구체적으로 닭·오리 살처분 등 피해를 입은 양계농가의 축사시설에 대한 올해 재산세가 당해 지방의회 의결을 거쳐 감면된다. 이미 고지서가 발부된 지방세 부과액과 체납액에 대해서는 최대 1년(6개월 이내, 1회 연장 가능)까지 징수가 유예되며 취득세·지방소득세 등 신고납부해야 하는 세목의 경우에는 최대 6개월까지 납기가 연장된다. 현재까지 살처분된 오리·닭은 30개 농장 4만1,000마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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