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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 석유회사 셰브론이 아프리카 최대 유전지대인 나이지리아 남부유전에서 직원들을 전격 철수시키기로 결정, 국제 석유시장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최근 나이지리아 정정불안으로 야기된 이번 철수사태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를 더욱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셰브론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남부 니제르델타 유전의 필수관리요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근로자들을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는 지난 9일 나이지리아의 한 무장단체가 셰브론의 이 지역 석유시설을 급습, 직원 4명을 납치한 데 따른 비상 자구책으로 나왔다. 셰브론은 “니제르 델타유역의 치안불안이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며 “최우선 사항은 직원과 시설의 안전”이라고 설명했다. 셰브론은 이번 직원철수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생산차질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해명했으나, 피랍사태해결에 미온적인 나이지리아 정부에 강한 불만을 쏟아내면서 추가적인 조치가 불가피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로열 더치 셸이 지난해 초 같은 이유로 나이지리아에서 철수함으로써 나이지리아 산유량 가운데 5분의 1이 감소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제 원유시장에서 공급차질이 대한 우려는 확산되고 있다. 니제르델타 유역은 아프리카 최대의 유전지대로 원유ㆍ가스 산업시설이 집중돼 있다. 세계 8위 석유수출국인 나이지리아의 석유생산량은 하루 250만배럴에 이르며, 이중 셰브론은 14%인 35만 배럴을 차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니제르 델타 지역의 유전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석유회사들에 대한 무장 단체들의 공격이 최근 크게 늘어나면서 나이지리아의 전체 산유량이 격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나이지리아에서 폭력사태가 심화되면서 유전시설 중 3분의1이 이미 사실상 폐쇄된 상태”라면서 “아프리카 산유국들의 정정불안이 중동 이슬람지역에 이어 석유시장에 새로운 지정학적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주말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1개월 인도분은 전일대비 배럴당 0.56달러(0.9%) 상승한 62.37달러를 기록했으며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도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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