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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문 발표를 앞두고 일본의 대표 보수언론인 요미우리신문과 지난 1980년대 총리를 지낸 보수세력의 거두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가 아베 총리에게 침략을 인정하고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학계와 진보세력뿐 아니라 보수진영도 아베 총리에 대한 압력을 가하는 가운데 과거사에 대한 사죄를 회피해온 아베 총리가 최종적으로 어떤 담화문을 발표할지 주목된다.
요미우리신문은 7일자 사설에서 "만주사변 이후의 행위는 명백한 침략이었다"며 "담화에 '침략'이라고 명시하지 않으면 총리가 침략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일본의 행동에 대한 의구심을 초래하거나 대일 신뢰도가 흔들린다면 국익을 해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이어 "아베 담화는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말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언론인 요미우리신문이 아베 총리의 '사죄' 필요성을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사히와 마이니치 등 다른 일본 주요 매체들도 사설을 통해 전후 70년 담화는 아베 총리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일본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점을 각인시키며 담화는 주변국과의 '화해' 메시지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계에서도 아베 총리를 움직이기 위한 제언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의 거물 보수 정치인인 나카소네 전 총리는 요미우리신문과 문예춘추 등 여러 보수매체에 기고한 글을 통해 과거 일본이 일으킨 전쟁은 "침략전쟁"이었다며 아베 총리가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무라야마 담화를 답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982~1987년 총리를 지내면서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패전일인 8월15일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보수본류' 정치인이다.
미국 내에서도 아베 총리의 반성과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계이면서 대표적 친한파인 마이크 혼다 (민주·캘리포니아) 하원 의원은 6일(현지시간) "아베 총리가 일본의 과거사에 대해 사과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한 자세를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며 "일본군의 손에 의해 고통을 겪은 여성들에게 사과하고 평화와 정의를 가져다줄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찰스 랭걸 (민주·뉴욕) 하원 의원도 "아베 총리는 전후 70주년 기념 담화를 통해 올바른 일을 할 기회가 있다"고 논평했다.
이처럼 국내외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아베 총리는 여전히 사죄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총리는 사죄외교를 하지 않을 생각"이라는 측근의 말을 인용하며 6일 히로시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아베 총리가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로서 계승한다"는 두루뭉술한 표현을 썼다고 보도했다.
앞서 아베 담화의 전문가 자문기구(21세기 구상 간담회)가 아베 총리에게 전달한 보고서도 '침략'과 '식민지 지배'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사과 여부는 총리가 판단할 문제"라며 '사죄'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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