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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베이징 공항에서 남서쪽으로 180km 떨어진 톈진시 빈하이 경제기술개발 신구(新區). 이곳 하이테크 단지 내에 있는 톈진 삼성전자유한회사 공장에서 최첨단 고화질 DVD 플레이어인 일명 '블루 레이(Blue ray)'를 조립하는 근로자들의 손놀림이 현란하다. 기존의 컨베이어 벨트 방식이 아니라 고도로 훈련받은 숙련공 한 사람이 모든 부품을 조립하는 첨단 셀(cell) 방식으로 2분여마다 1대의 완제품을 쏟아 내고 있다. 셀의 한 켠에 조립과 동시에 실시간으로 품질 불량 여부를 체크하는 모니터가 눈에 띈다. 블루 레이는 지난해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한 전자기기로 삼성전자가 세계시장 점유율 40% 안팎을 점하고 있는 제품이다. 아직은 시장 태동 단계로 많은 수익은 나지 않지만 미래의 캐시 카우가 될 수 있는 차세대 유망주다. 2006년 이후 항만·도로·철도등 물류인프라 대거 확충
삼성전자등 글로벌社 앞다퉈 진출… 상반기 성장률 16.2%
기업 애로사항 현장서 즉시 시정등 맞춤 행정 서비스도 이 곳 빈하이 제조 기지를 포함해 톈진시에 들어서 있는 삼성전자 12개 공장을 진두지휘하는 김성식 법인장은 "80년대 쉔젠, 90년대 상하이에 이어 2000년대 들어서는 중국 동북부 보하이만 경제권의 핵심인 빈하이 신구가 중국의 새로운 신성장 동력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최고 지도자인 후진타오 국가 주석의 지시 아래 중앙 정부가 지난 2006년부터 빈하이 신구를 국가 차원의 개발 전략 지역으로 격상시키면서 이 곳은 항만, 교통 등 인프라 기반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톈진과 베이징을 최고 시속 350km로 28분만에 주파하는 중국 최초의 고속 열차가 놓였다. 또 연간 200만 컨테이너(2008년 기준)를 소화할 수 있는 천진항을 2010년까지 500만 컨테이너 용량으로 늘리고, 이어 항구 규모를 3배까지 넓혀 1,000만 컨테이너까지 확대해 세계 10대 항구로 키울 계획이다. 천진항 확장을 위해 화물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대규모 토목 공사가 한창이다. 정부의 이 같은 전폭적인 물류 인프라 확충에다 각종 세제ㆍ행정 편의가 제고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우후죽순 이 곳 빈하이로 몰려들고 있다. 세계 500대 기업중 삼성전자를 포함해 에어버스, 도요타, 마쓰시타, 코카콜라 등 이미 152개 업체가 진출해 있다. ◇빈하이, 제 2의 푸동 신구로 부상= 개혁ㆍ개방을 시작한 등소평이 중국 남단 연해 도시인 쉔젠 개발을 통해 경제 발전의 기틀을 다졌고 이어 집권한 장쩌민 전 주석이 푸둥 신구를 중심으로 한 상하이를 키웠다면 이제 빈하이는 후진타오 시대의 경제 발전을 상징하는 보하이만 경제 특구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빈하이 신구는 톈진시 동부 연안에 위치한 2,270평방 km 크기의 개발지역으로 상하이 푸동 신구 면적의 4배가 넘는다. 보하이만 경제권은 톈진의 빈하이 신구를 중심으로 북쪽의 요녕성, 수도인 베이징을 포함하는 허베이 서쪽 지역, 그리고 남쪽의 산둥성을 아우르는 북부 연해권 개발 거점이다. 개혁ㆍ개방의 선두 지역이었던 남부 연안은 쾌속 성장을 지속하는 반면 중국 동북부 연해 지역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이른바 남쾌북만(南快北慢)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후진타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동북부 전략 거점 지역이 바로 이 곳이다 전략 경제 거점의 필수 조건은 기업들의 물품이 편리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물류 인프라다. 이를 위해 지난해 톈진 빈하이 공항을 5배 확장한다는 목표를 잡고 이 공항을 2,015년까지 연간 560만명의 여객 운송과 50만톤의 화물을 나를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빈하이 신구는 첨단기술 및 국제 물류 허브뿐 아니라 상하이의 푸동 지구처럼 국제 금융허브로 자리잡겠다는 구상 하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추이진뚜 톈진시 부시장은 빈하이 신구 내의 4평방 km 규모인 위지아푸 지역을 국제금융허브로 키우기 위해 지난 27일 상하이로 날라갔다. 푸동 지구와의 협력을 통해 금융 허브 노하우의 지름길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추이진뚜 부시장은 "톈진 제조산업, 특히 급성장하는 빈하이 신구 기업의 금융 인프라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가의 핵심인 위지아푸를 중심으로 빈하이 신구에는 최고 100층이 넘는 거대 빌딩을 비롯해각종 국제회의 등의 용도로 쓰일 컨벤션, 쇼핑몰, 호텔 등이 대거 들어설 예정이다. ◇찾아가는 행정 서비스= 빈하이 신구가 경제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중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톈진시가 먼저 알아서 기업을 찾아가는 맞춤형 행정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톈진 삼성전자유한공사의 김인덕 부장은 "톈진시 부시장이 세무, 교통 등 주요 담당 국장급들 10여명과 함께 직업 기업을 찾아 애로 사항을 청취한다"며 "이 때 즉시 해결할 수 있는 기업 애로 사항은 현장에서 담당 국장에게 시정을 지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공장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판 위치의 이동 등 어떻게 보면 중요한 것 같지 않지만 기업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들은 현장에서 즉시 시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물류 인프라 구축은 물론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행정 서비스가 지원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빈하이 신구로 몰려들고 있다. 유럽 항공기 제조회사인 에어버스는 중국에서는 최초로 빈하이 신구 공장에서 지난 7월 항공기를 생산해 쓰촨 항공사에 첫 인도식을 가졌다.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 외자 기업인 슈마오 프라퍼티 홀딩스는 같은 달 시노-싱가포르 톈진 에코-시티 투자회사등과 21억달러 규모의 투자 합작 계약을 공원 등을 포함하는 친환경 주상 복합단지를 건설키로 했다. 또 중국 문화부는 빈하이 신구 내에 톈진시 정부와 공동으로 중국 만화 산업 육성 등을 위해 연면적 62만평방미터의 거대 복합 오락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중국판 디즈니 월드인 중국 최초의 국가 만화영화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빈하이 신구에 대한 투자가 줄을 이으면서 톈진시의 올 상반기 성장률은 무려 16.2%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 전체의 상반기 성장률 7.1%의 2배가 훨씬 넘는 것은 물론 상하이 중심의 장강 삼각주 성장률(9.2%), 광저우 인근의 주강 삼각주(7.1%)를 압도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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