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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경제협력, 서두르지 말고 단계적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결과인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 중 가장 비중이 크고 내용도 다양한 것이 제5항 남북경제협력과 균형발전 문제다. 회담 시작 전부터 가장 기대를 걸었던 분야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계획대로 잘 진행만 된다면 백두산 직항로 개설까지 맞물려 북한 전역이 남북경제협력의 마당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남북경협 확대 밥상’은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요리로 화려하게 차려진 셈이다. 경협을 몇 차례 합의했지만 이번처럼 구체적으로 메뉴가 나열된 적은 없다. 마치 정상회담이 아닌 실무회담을 한 것 같다. 한정식처럼 메뉴가 다양한데다 맛도 독특해 이를 먹어 소화시키는 방법이 문제다. 서로에게 피와 살이 되는 식사법을 찾아야 하는데 남북경협 과정을 되돌아보면 앞길이 밝지만은 않다. 이번 회담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만 해도 안보상 가장 민감한 지역이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북방한계선(NLL) 존속 여부와 해주경제특구 위상 문제부터 간단치 않다. 남한의 제주경제특별구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데 하물며 북한 땅이다. 남북이 한강하구 공동이용사업 추진에 여러 차례 합의하고도 진척을 보지 못한 데서도 이 지역 경협의 어려움을 알 수 있다.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급하게 ‘남북경협 확대 밥상’을 먹으려 하다가는 체하기 십상이다. 경협에 대한 남북의 시각차가 너무 크다. 남한은 경협을 통한 개방ㆍ개혁을 기대하지만 이에 대한 북한의 거부반응이 심각하다는 게 이번에 확인됐다. 대통령을 수행한 재계 인사들이 회담이 잘됐다면서도 투자에 대해서는 “검토해봐야 한다” “연구해보겠다”는 둥 말꼬리를 흐린 것도 경협을 바라보는 북한의 시각이 너무 딱딱해 희망을 갖기 어려운 것과 무관하지 않다. 경협확대는 어차피 일련의 ‘퍼주기’이므로 세금을 내야 하는 국민과, 법과 제도 등 인프라를 정비해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북한을 설득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남북경제협력이 순조롭게 추진될지 여부는 거의 전적으로 북측의 태도에 달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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