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가 지난 21일 공무원ㆍ사학ㆍ군인연금 수급자 및 배우자를 뺀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내년 7월부터 월 4만~20만원의 기초연금 지급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엄청난 예산이 들어 지속 가능성과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안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에서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데 연간 10조원가량이 든다. 지난해 걷힌 관세(9조8,000억원)보다 많고 법인세(45조9,000억원)나 소득세(45조8,000억원)의 22%에 이르는 큰 돈이다.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주는 당초 안(내년 13조, 오는 2017년 17조원)보다는 덜 들지만 현행 기초노령연금보다는 연간 최대 7조원가량이 더 든다. 올해 소득ㆍ재산 하위 70% 노인에게 기초노령연금(최대 9만7,100원)을 지급하는 데 4조3,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드는데 이를 2배로 올려 지급하는 것보다 훨씬 더 든다.
노인인구가 2020년 808만명, 2030년 1,269만명, 2040년 1,650만명으로 늘어나니까 인수위 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기초연금 예산이 2030년 2배(21조원), 2040년 2.8배(28조원)로 불어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박빙의 접전을 펼치던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기초노령연금을 2017년까지 2배로 인상하고 지급대상도 노인의 80%로 확대하겠다고 치고 나오자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급조했다. 현 세대 노인들의 빈곤을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기초연금은 수혜기간이 짧은 보육비 등과 달리 노인이 죽을 때까지 지급하기 때문에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는 보편적 복지 개념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그렇게 시작했던 유럽 국가들도 재정부담 때문에 수혜자와 지원액을 대폭 줄였다.
인수위의 기초연금안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우선 모든 국민연금 가입자와 미가입자에게 세금으로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인수위 안은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도 국민연금에 가입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은 노인들, 헐벗고 아무 것도 없던 시절에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대한민국을 세계 10위 경제 규모로 키운 어르신들의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기초연금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인수위 안은 이런 취지를 넘어선 것이다. 소득ㆍ재산이 많은 노인들에겐 기초연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 국민연금에 비해 많은 연금을 받는 공무원과 배우자를 기초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둘째, 공무원과 배우자 등을 배제한 기초연금은 공무원ㆍ군인ㆍ사학연금 개혁에도 걸림돌이 된다. 공무원ㆍ군인연금의 경우 이미 매년 수조원의 적자를 정부에서 메워주고 있어 지금보다 적게 받는 구조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이젠 우린 기초연금을 받지 않으니 연금을 깎는 제도 개편에 응할 수 없다며 반발할 게 뻔하다.
셋째, 인수위 안은 국민연금 가입자의 불만을 고려해 가입자와 미가입자 간에 형평성을 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국민연금 미가입자에겐 20만원을 국민연금을 10~30년간 꼬박꼬박 낸 하위 70%에겐 14만~18만원, 상위 30%에겐 4만~8만원의 기초연금을 주는 안이 나왔다. 하지만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긴 사람은 대부분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인데 이들에게 더 많은 기초연금을 주면 비정규직 등 일자리가 불안정한 사람들이 차별 받는 문제는 간과했다. 그래서 형평성 논란은 여전하다.
넷째, 기초연금 수령액을 결정하는 인수위 안의 방식도 문제다. 인수위는 기초노령연금 지급대상(소득ㆍ재산 하위 70% 노인)과 국민연금 가입 여부를 기준으로 기초연금 지급액을 정했다. 그런데 기초노령연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물론 국내 전문가들도 대상자가 너무 많은 반면 지원액이 적어 돈만 많이 들고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70%에 지급하는 체제를 유지하더라도 일정 수준을 밑도는 빈곤 노인에 한해 2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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