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카드사의 신용카드 부도율이 갈수록 위험수위로 접근, '미국판 신용카드 대란'이 발발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각종 경기지표가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과는 달리 소비심리는 여전히 침체돼 있다는 신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카드업체인 캐피털 원의 대출 대비 상환불능 비율을 나타내는 대손상각률(charge-off rate)이 3월에 9.33%까지 치솟았다고 16일 보도했다. 이는 전월보다 1.27%포인트 오른 수치로, 같은 달 미 실업률인 8.5%보다 높다. 신용카드 부도율은 통상 실업률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해왔지만,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이 같은 공식이 무력화되는 양상이다. 미 최대 카드사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의 대손상각률은 8.8%(3월 기준), 씨티그룹도 9.33%(2월기준)로 나타나 카드업계의 부진이 점점 심각해지는 모양새다. 카드연체율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카드연체율은 지난 1월 7.34%에서 2월 7.81%로 상승했다. 아멕스와 캐피털원의 카드연체율은 1월 5.27%, 5.47%에서 2월에 5.40%, 5.63%로 올랐다. 시장조사업체인 딜로이트의 브라이언 슈나이더만 카드부문 담당은 "통계적으로 한 사람이 직장을 잃게 되면 그 주변의 다섯 명이 소비생활에 영향을 받게 된다"며 "실업률이 점점 높아지면서 이 같은 파급효과가 더욱 강화돼 카드업계의 대손상각률과 연체율이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발표하는 미 카드업계 전체 대손상각률은 지난해 4ㆍ4분기에 6.25%까지 올라서면서 사상 최고치(7.85%)를 향해 상승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발표된 무디스의 미국 신용카드 대손상각률 지수도 6개월째 상승세를 지속하며 지난 2월 8.82%를 기록, 1989년 집계 시작 이후 2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디스는 2010년 상반기께 실업률이 10%로 상승하면서 대손상각률 지수가 10.5%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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