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결승에서만도 두 번 만나 1승1패, 득실점도 3골 3실점으로 동률. 가장 예측 불가능한 결승전이 14일 오전4시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펼쳐진다. 마라카낭은 브라질 축구의 '성지'지만 4강에서 독일에 참패하면서 브라질은 구경꾼 신세가 됐다. 유럽 맹주 독일과 남미 최강 아르헨티나 중 한 팀이 축구의 나라에서 승전가를 부르게 된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결승에서는 아르헨티나가 서독을 3대2로 눌렀고 1990년 이탈리아 대회 때는 서독이 1대0으로 이겨 우승했다.
◇7대1 기록적 대승, 약일까 독일까=브라질과의 4강 경기만 보면 독일은 아무도 막을 자가 없을 것 같다. 치아구 시우바(파리 생제르맹)가 빠졌다 해도 공격보다 수비가 강하다는 브라질을 7대1로 짓밟았다. 외신들은 24년 만의 우승에 한 고비만 남긴 독일을 '잘 기름칠된 전차'라고 부른다. 그동안 남미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유럽팀 우승이 없었다는 역사도 독일이라면 깰 수 있을 것 같다. 더욱이 하루 먼저 4강을 치러 휴식할 시간이 그만큼 긴데다 승부차기 혈투를 벌인 아르헨티나와 달리 준결승 후반에 주요 선수들을 쉬게 했다.
하지만 준결승에서 7골을 몰아친 후유증이 결승에서 발목을 잡으리라는 전망도 있다.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이미 다 보여준데다 스포츠에서는 대량득점 뒤 위기가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아르헨티나는 브라질의 참사를 참고서 삼아 조심스러운 경기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브라질은 독일을 상대로 너무 공격적으로 나갔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서두르기만 하다 미드필드에 훤히 공간을 내준 것. 이에 아르헨티나는 초반부터 덤벼드는 전략보다는 탐색전을 길게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 6경기 3실점이 말해주듯 최강의 수비 조직력을 자랑한다. 독일이 지난 2경기처럼 전반 10~15분 사이에 선제골을 터뜨리지 못할 경우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거침없는 뮐러 VS 꽉 막힌 메시=세계에서 가장 빠른 축구선수 아리언 로번(바이에른 뮌헨)에게 4강에서 판정승을 거둔 리오넬 메시(27·바르셀로나)는 끝판에서도 뮌헨 소속 선수를 만났다. 바로 토마스 뮐러(사진). 화려하지 않지만 골 결정력만은 세계 최고인 뮐러는 25세의 나이에 벌써 월드컵에서 통산 10골을 넣었다. 이번 대회 5골(3도움)로 득점 2위지만 결승에서 1골만 추가하면 콜롬비아의 하메스 로드리게스(AS모나코)를 누르고 득점왕(골든 부트)에 오른다. 로드리게스(6골 2도움)보다 도움이 1개 더 많기 때문이다. 월드컵 2회 연속 득점왕은 아무도 다다르지 못한 꿈의 경지다.
4골 1도움의 메시는 네덜란드와의 4강에서 '마크맨' 나이절 더용(AC밀란) 탓에 슈팅을 1개밖에 시도하지 못했다. 공을 갖고 있지 않을 때도 졸졸 따라다니니 메시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독일 역시 메시에게 전담 마크맨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수비형 미드필더 필리프 람(뮌헨)에게 그 임무가 주어질 전망. 2006년 독일 월드컵 8강에서 승부차기로, 2010 남아공 대회 8강에서 0대4로 잇따라 독일에 가로막혔던 아르헨티나는 메시가 살아나야 28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을 수 있다. '메시 의존증(Messidependencia)'은 아르헨티나의 가장 확실한 전술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