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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동행인터뷰]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지지율 1위?… 고마운 일이지만 부산선 아직 실감 안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7일 부산 사상구 학장동 한울유치원 지하에서 열린 '무료급식 행사' 에서 식판을 나르다 노인들의 두 손을 맞잡고 "어르신들을 잘 모시겠다"고 말하고 있다.


PK서 두자릿수 의석 목표… 젊은층 투표율이 변수될것
안철수 원장과는 뜻이 같아… 동지적 유대관계 변함 없어
성장 혜택 소수계층에 편중… 경제 민주화 절실히 필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강행군… 한달만에 몸무게 4㎏ 줄었죠


"글쎄 고마운 일이기는 한데 아직 부산 선거판에서는 실감이 안 나서…."

문재인(59)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최근 대선 여론조사 1위 결과에 대해 "아직 현상은 아니죠. 뉴스죠"라며 상당히 말을 아꼈다.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으로서 4ㆍ11 총선에서 부산 사상구에 출사표를 던진 마당에 우선 사상구에서 승리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그는 또 "부산 사상구의 변화로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끌겠다"며 총선에서의 승리와 이를 바탕으로 한 대권 도전의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문 이사장은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다자대결에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제쳤으며 양자대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마저 제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뉴스메이커로 떠 오르고 있다. 그의 부상으로 올 대권구도는 박근혜ㆍ안철수ㆍ문재인 3자구도가 유력해지고 있다.

그는 야권의 경쟁자이자 협력자인 안 원장에 대해 "(총선ㆍ대선에서) 함께하게 될 것으로 본다. 뜻이 같으니까"라며 동지적 유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또 인터뷰 내내 '문풍(文風ㆍ문재인 바람)'과 '박풍(朴風ㆍ박근혜 바람)' 대결이 한창인 부산에서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박 위원장에 대해서도 최대한 비판을 자제했다.

이른바 '낙동강벨트'를 비롯해 부산ㆍ경남(PK)에서 두자릿수의 의석 확보를 목표하고 있는 문 이사장을 지난 7일 내내 동행취재했다. 낙동강벨트는 문 이사장 외 부산 북강 서을의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진을의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 사하을의 조경태 민주통합당 의원, 진갑의 김영춘 전 최고위원, 경남 양산의 송인배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을 말한다.

여론조사에서 상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문 이사장이 부산에서도 실제 통하는지, 유력 대권주자로서 정치적 구상은 무엇인지가 궁금했다. 사상구는 낙동강변에 위치해서인지 이날 추위가 서울 못지않았다. 두툼한 목도리를 계속해서 여며야 할 정도였다.

문 이사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징색인 노란색 점퍼만을 입고 내내 선거 현장을 누볐다. '강추위인데 춥지 않나. 어깨띠는 왜 안 둘렀나'라는 질문에 "(이번 선거에서) 노란색 옷만 입는다. 추워서 두꺼운 옷을 입으면 좋겠는데 얇은 옷밖에 없어서"라고 웃어 넘겼다.

이날 오전7시20분부터 지하철역에서 직장인들에게 맨손으로 두 손을 꼭 잡고 눈을 맞추며 출근 인사를 한 그는 곧바로 선거사무소에 들르고 외부 비공개 일정까지 소화했다. 또 오전11시께 학장동의 노인 무료급식 현장을 찾아 앞치마를 두르고 정성스레 음식을 나르던 그는 "이 명함에 있는 사람이 바로 접니다. 저 알아보시겠어요"라며 노인들과 두 손을 맞잡고 친근감을 표시했다.

그는 그러면서 "어르신들을 열심히 잘 모시는 것을 열심히 잘하겠습니다"며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 아니라 정치인 '문재인'으로서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노력에 비해 70~80대 노인들 중에서는 아직 문 이사장을 모르는 이가 적지 않았지만 일부 노인들은 "아,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열심히 하세요"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그의 일정을 따라가며 틈틈이 대화를 나눴다.

-지금 부산의 총선 분위기는 어떤가.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분위기나 민심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분위기가 좋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사진 찍고 사인해달라는 경우가 심심찮게 목격됐다). 이쪽 지역에서 뿌리깊은, 우리로 보면 벽 같은 게 있다. 과거 노 전 대통령도 (부산 선거에서) 분위기 좋았다가 나중에 결과를 보면 안 되는 일을 몇 번 겪어봤기 때문에 분위기 좋다고 결코 안심할 일은 아니다. 다만 분위기 좋은 것을 활용해서 결과로 다져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박 위원장을 추월한 것은 어떻게 보나.

▦고마운 일이다. 뭐 근데 부산 선거판에서는 아직 실감이 안나서…. 아직 현상은 아니다. 뉴스다. (이는 아직 문재인 대세론 형성까지는 멀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 위원장과 한나라당의 행보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데 신경 쓸 수가 없다. 사상구를 넘어서는 얘기는 안 했으면 한다. 최대한 사상구민들을 많이 만나서 대화를 많이 나눠보는 게 목표다. 그리고 여기저기 지역별로, 예를 들어 사상공단에 입주해있는 사업하는 분들, 노동자들, 중소상인들 이런 분들의 얘기를 최대한 많이 듣는 것이 목표다. 만나서 악수하고 대화하는 것을 가장 많이 했을 것이다. 한나라당 어떤 후보보다.

(문 이사장을 수행하는 윤건영 노무현재단 기획위원은 "문 이사장이 이른 새벽부터 오후9시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부연설명을 했다.)

문 이사장은 무료급식 현장에서 노인들께 다시 한번 "잘 모시겠다"고 말한 뒤 총총히 자리를 떴다. 차량 동승을 요청했지만 "자리가 없지 않냐(수행원 2명이 같이 타 실제 자리가 마땅찮았다)"며 거부했다.

기자는 무료급식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들과 같이 점심을 하며 좀 더 부산 민심을 듣기로 했다. (우선 8년째 매달 노인 무료급식을 하고 있는 목련회의 조정숙(56) 회장은 "우리 아들이나 아들 친구들 사이에 '취업도 힘들고 양극화도 심한데 이번에 문재인 후보를 밀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문 이사장의 당선을 점쳤다. 장인수 사상구의원(민주통합당)은 "장년ㆍ노인층은 아직까지 한나라당을 선호하고 있어 젊은층의 투표율이 변수"라며 "하지만 분위기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 좋다"고 말했다. 이 밖에 학장동 한울유치원의 황윤정(50) 원장은 "20년 이상 한나라당이 해먹었는데 이제는 좀 바꿔야 변화도 있고 발전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점심 직후 사상구청에서 열린 새마을협의회 총회에 참석한 새마을 지도자들에게 연신 지지를 호소했다. 한나라당 예비후보들도 파란색 점퍼를 입고 대거 맞대결을 펼쳤다. 문 이사장에게 다시 물었다.

-사상구 주민들의 목소리는 주로 무엇인가.



▦양극화도 심화되고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정책 공약은 사상구 차원에서는 적절한 시기에 잘 정리해서 내놓고 낙동강벨트 공약은 낙동강벨트 후보들과 함께, 부산시 전체 정책 공약은 부산시 전체 후보들이 정해지면 함께 내놓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문재인의 정치, 캐치프레이즈는 무엇인가.

▦결국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가 될 수 있도록 정치를 바꿔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산에서부터 바꿔가겠다.

-시대정신과 화두는 무엇인가.

▦사상구의 변화가 대한민국의 변화의 시작이다. '격차사회'라고 할 정도로 경제성장의 혜택이 소수계층에 편중돼 서민의 삶이 팍팍해져 경제민주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민주통합당은 과거 실패를 경험해봤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시절 해결하지 못했거나 때로는 심화된 양극화와 비정규직 증가, 재벌체제의 강화, 검찰의 정치화 등에 대해 반드시 개혁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그런데 부산에 와서 만나본 장년층 이상은 정치 불신이 심하더라.

▦'누가 되나 거기가 거기다'라는 것은 국민들의 정치의식을 마비시키고 있다. 정치의 기득권 구조를 이어가기 위해 퍼뜨리는 그런 것이다. (구포역 인근의 금은방 주인인 김모(64)씨는 "임대료도 못 내는 판에 언제 정치에 신경 쓰겠냐"며 정치권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택시기사인 이모(69)씨 역시 "한나라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다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이사장은 이런 분들이 좀 더 옥석을 가려 이번에는 '새로운 바람'을 선택해야 희망이 있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이 같은 정치 불신을 해소할 방안은 있는가.

▦그래서 사상에서 열심히 하는 것이다.

(이어 사상구 주례2동주민센터에서 열린 지역행사에 참석한 문 이사장은 연신 한 사람이라도 더 손을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선거운동에 뛰어든 한 달 조금 넘는 기간에 그는 몸무게가 4㎏가량 줄었다. 문 이사장은 "표밖에 안 보인다"며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불가능하겠지만 선거구 주민을 모두 만나겠다는 각오로 뛰고 있다는 그에게 또다시 말을 붙였다.)

-안 원장은 어떻게 평가하나.

▦동지적 관계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총선ㆍ대선에서 함께하게 될 것으로 본다. 뜻이 같으니까. (문 이사장은 안 원장에 대해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의 목표가 같고 차기 정부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동지적 관계라고 비유했다. 따라서 안 원장이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를 밀어 시장 당선에 힘을 보탠 것처럼 이번 총선에도 함께할 것을 희망했다. 마라톤 경주에서처럼 경쟁적 협력자로서 상호 '페이스메이커' 관계를 유지해 정권 교체를 이루자는 뜻으로 보인다. 문 이사장은 3~4일 부산시내 모처에서 안철수재단 출범을 앞두고 고향을 방문한 안 원장과 비공개로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문 이사장의 핵심측근인 이호철 노무현재단 부위원장은 회동 여부에 대해 "문 이사장께 물어보지 않았다"며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선거 이후의 행보가 더 궁금하다.

▦지금 당장이 만만치 않아 그 이후를 말하기 힘들다.

(당선될 경우 문 이사장은 지지율을 탄탄하게 다지며 대선 경선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나 만약 낙선하게 되면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사상구청 민원실에서 만난 20대 중반의 취업준비생 홍모씨는 "물론 젊은층에서 문 이사장이 인기를 끄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젊은층에서 '사상구를 대권의 징검다리로 삼겠다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또 현지에서 만난 50~70대에서는 아직 문 이사장의 인지도와 지지도가 박 위원장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김대식 한나라당 사상구 예비후보는 "(문 이사장이) 낙동강벨트를 먹겠다고 하는데 그렇게 큰 것(파괴력)은 없을 것"이라며 "문 이사장은 대통령으로 보내고 호남 출신으로 사상구에서 20년 이상 교수로 활동한 내가 국회에 입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여러 일정을 소화한 문 이사장과 헤어진 뒤 기자는 저녁 때 사상역 4거리(괘법동)에 있는 문 이사장의 총선캠프를 찾았다.

낙동강벨트 민주통합당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내건 '바람이 다르다'는 플래카드가 먼저 한눈에 들어왔다. 내부로 들어가니 당선을 기원하는 화환 10여개와 노란색이 칠해진 탁자 15개가량이 있고 유리로 된 회의실 벽면에는 문 이사장을 향한 응원의 메모지가 가득 붙어 있었다.

'뚜벅뚜벅 가시는 걸음 응원합니다'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 문재인'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주세요' 등 애정이 담긴 글귀가 대부분이었다. 한 자원봉사자는 후원금 내역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문 이사장은 후원 개시 사흘 만에 법적 허용치인 1억5,000만원을 채웠다. 회의실 창가에는 1월9일 SBS 프로그램인 '힐링캠프'에 등장했던 각종 명패(청와대 비서실장, 특전사령부 폭파 최우수 대원, 노동자를 위한 연대대표 등)들이 대거 전시돼 있고 한쪽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힐링캠프에 출연해 받은 자전거도 한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선거캠프에서 만난 이호철 부위원장은 '총선 이후 대권 플랜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대권 플랜이 있냐 없냐에 대해 문 이사장 자체가 그런 생각을 안하고 있는 단계니까 저희들이 의논해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그러면서 "65~70세 이상이 가시는 경로당에 가면 (문 이사장에 대해) 대다수는 누군지 잘 모르신다. 노 전 대통령 비서실장 그러면 '아' 하신다. '우리 어쩌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며 절박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또 "'바람이 다르다'는 것은 영어로 Wind(낙동강벨트의 새로운 사람들)와 Hope(희망)가 합쳐진 개념"이라며 "조만간 민주통합당에 입당하는 김두관 경남지사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거두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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