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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가 스마트폰 오작동에 의해 걸려오는 신고 전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8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신고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또는 조작 미숙에 의한 오접속 신고는 지난 2008년 395만 4,377건(총 신고건수의 38.8%), 2009년에는 385만 4,441건(˝ 36.4%)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0년에는 552만 3,449건 (˝ 42.3%)으로 160만건 가까이 급증했다. 오접속 신고가 갑자기 증가한 때는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지난해에는 더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하루 총 신고 건수가 7,000건 정도였는데 (오접속 등으로 인해) 최근 1만 건로 늘었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오접속의 원인은 대부분 스마트폰의 긴급통화로 걸려온 것들”이라며 “사용자가 늘면서 오접속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제조사의 관계자는 “전면의 근접 센서 일부가 민감해 통화 후 덜 잠긴 상태에서 주머니에 넣을 때 피부와 살짝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긴급 통화가 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방방재청은 스마트폰 사용자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통화 확인 여부를 재차 묻는 앱을 내려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최신 LTE 폰의 경우 사용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걸리는 긴급통화를 제어하는 기능이 추가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비해 인식 개선과 처벌이 강화로 장난전화는 해마다 줄고 있다.
119의 경우 장난전화는 2007년 5만4,532건(전체 신고 건수의 0.52%)에서 2008년 4만1,686건(0.41%)에 이어 2009년 2만8,595건(0.27%), 2010년 2만3,331건(0.18%)으로 줄었다.
112도 마찬가지다. 2007년 1만2,155건(0.20%)이었으나, 2008년 1만1,530건(0.16%), 2009년 1만309건(0.13%), 2010년 1만876건(0.13%)으로 그 비율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에서 느끼는 피로감은 여전하다. 119안전센터의 한 관계자는 “인명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선 1분 1초가 중요한데, 장난전화를 받으면 맥이 풀린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5월 제정된 소방기본법에 의하면 장난전화를 건 이에게는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다. 하지만 과태료 집행 사례는 매우 드물다.
서울종합방재센터의 한 공무원은 “장난전화로 확인하고 신원을 확인하고 처벌이 이뤄지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장난전화는 미취학 어린이들이 많이 하는 편이라 실질적 처벌보다는 주의나 경고 조치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유성경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장난전화는 반(反) 사회적인 방식으로 대인 관계에서 임팩트를 주려는 행동”이라며 “그에 따른 책임은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장난 전화를 즐기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적 기관을 개인이 장난스럽게 좌지우지하는 데서 느끼는 쾌감 이 있을 것”이라며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갖도록 법적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ㆍ나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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