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에서 경제민주화의 주요 이슈인 순환출자 규제 등 재벌개혁안을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신규 순환출자는 논란 끝에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금지로 결론을 내렸으나 기존 순환출자분에 대한 규제의 경우 50명에 가까운 전ㆍ현직 의원이 참여하고 있는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서 박 전 위원장의 뜻과 달리 규제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야당의 재벌개혁안은 강경하고 여당안은 불확실하다 보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친박근혜계로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인 이혜훈 최고위원은 27일 "재벌이 남의 지분으로 권리행사를 말아야 한다"며 부풀려진 가공의결권의 행사를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해야 하고 기존의 가공자본은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며 "경제민주화모임에서 순환출자 규제에 관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순환출자로 가공의 지분, 가공의결권이 생긴다. S그룹 총수는 1만분의8의 지분만 갖고도 전체를 좌지우지하고 수천억원을 횡령한다"며 "지분을 늘리지 말라는 게 아니라 지분도 없으면서 남의 지분으로 권리행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측은 이날 회동을 갖고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물론 기존 순환출자분에 대한 규제 방안도 논의했다. 이 모임의 간사인 김세연 의원은 "다음주에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의견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재벌의 가공의결권 행사 제한 등 순환출자 금지 관련 법을 경제민주화 3호 법안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모임 측은 최근 기업인의 횡령ㆍ배임에 대한 집행유예 금지와 일감 몰아주기 근절법안을 각각 제출했다. 민주통합당은 앞서 지난 9일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물론 기존 순환출자분을 3년 내 해소하지 못하면 이후 기존 순환출자분의 의결권 제한 등 경제민주화법안을 당론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따라서 여야관계가 정상화돼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측이 합심하면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물론 기존 순환출자분의 의결권 제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남경필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기존 순환출자분의 의결권 제한은 더 논의해봐야 한다"며 "모임에서 경제민주화법안에 대해 과반이 찬성하지 않더라도 일단 찬성 의원들 연명으로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가공의결권이 제한될 경우 순환출자 구조로 이뤄진 삼성ㆍ현대자동차 등 재벌기업들이 큰 후폭풍에 휩싸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이 24일 대선 경선 토론에서 "과거 것(순환출자분)까지 바로잡으라고 하면 기업에 따라서 고리를 끊기 위해 10조원 이상 들어가는 곳이 있다. 차라리 일자리 창출이나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며 재차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이 부분에서 신중한 입장인 이한구 원내대표와 최경환 의원은 물론 재벌개혁론자로 알려진 김종인 박근혜캠프 공동선대위원장도 재벌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이어서 재벌개혁안을 놓고 당내 논쟁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김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존 순환출자분의) 의결권 제한이라는 것이 상장ㆍ비상장 법인이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어떻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며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일단은 박 전 위원장이 이야기한 대로 갈 수밖에 없다. 절제를 못하는 사람들을 절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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