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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학교 한다고 공교육 강화 안돼"

인터뷰-이돈희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br>학생을 학교에 붙잡아두기보다 창의적 프로그램 개발 노력해야<br>일류대학 중심의 교육서 벗어나 다원적인 경쟁구도로 변화 필요


“학생들을 학원에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학교에 붙잡아 공부하게 하는 것이 사교육과 무엇이 다릅니까? 단순히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고 학교에 머물러 있게 한다고 공교육이 정상화되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가 학생들의 전인적ㆍ창의적 성장을 돕고 잠재력을 발전시키는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죠.” 이돈희(71)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전 교육부장관)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자문회의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국ㆍ영ㆍ수 등 입시위주의 과목으로 방과후학교를 강화하는데 대해 ‘쓴소리’를 했다. 이 부의장은 “희소성이 존재하는 한 경쟁이 있을 수 밖에 없고 교육이 경쟁 속에 있는 한 사교육을 근절시키기 어렵다”면서 “아이들을 한 곳으로 몰아가서 병목현상을 발생하게 하는 경쟁구도를 다원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0~2001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낸 그는 서울대에서 명예퇴직한 후 민족사관고 교장(2003~2008년)을 거쳐 지난해 10월부터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의장 이명박 대통령)을 맡고 있다. -정부가 사교육비 경감 대책으로 마련한 심야 학원교습 금지 법제화가 백지화됐다. 사교육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 학교가 학생의 성장에 필요한 모든 것을 충족시켜 줄 수는 없다. 피아노, 스케이팅 등 특별한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사교육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사교육이 문제가 되는 것은 가계지출에 부담이 되고 교육의 불평등 현상을 초래하는 것도 있지만 쓰지 말아야 하는 곳에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교육비가 대부분 대학 진학을 위한 점수를 따기 위해 쓰이고 있지 않나. 이는 대단히 비효율적이고 비교육적이다. 사교육을 완전히 없애기 힘들다면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도 중요하지만 학교가 먼저 바뀌어야 하고,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즉 입시제도와 대학의 선발제도, 부모들의 자녀 교육관 등이 함께 변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 학교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하고, 그런 교육에 근거해서 성장한 학생들을 대학이 뽑아갈 수 있도록 입시체제가 바뀌어야 한다. 학부모들의 자녀교육관을 바로잡아주는 것도 필요하다. 자녀 교육의 목표를 일류대학 진학에만 맞추고 성공이냐 실패냐를 따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방과후학교 강화도 그 중 하나다. ▲ 학생들을 학교에 붙들어서 공부하게 하는 것이 사교육과 무엇이 다른가. 학생들을 학교에 머물러 있게 해서 성장을 저해하는 것은 사교육 못지 않은 문제다. 전인적이고 창의적인 성장을 하게 하고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먼저다. 희소성이 존재하는 한 경쟁이 있을 수 밖에 없고 교육이 경쟁속에 있는 한 사교육을 근절시키기 어렵다. 경쟁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아이들을 한 곳으로만 몰아가서 병목현상을 발생시키는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쟁은 아이들을 고달프게 하고 실패할 경우 매우 치명적이다. 영어와 수학뿐 아니라 음악이나 스포츠 등 다원적인 경쟁이 가능하도록 교육이 이끌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의 큰 틀은 자율과 경쟁이다. 교육과정과 교원초빙에 있어 학교의 자율권을 확대하고 있는데. ▲ 획일화된 상태에서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하려면 자율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 학교조직에 자율성이 주어지지 않으면 교육서비스를 받는 사람들도 선택의 기회가 없다. 자율이 주어져야 다양성이 발현된다. 다양성이 있을 때 선택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자율화에도 함정이 있다. 중앙의 권한을 하부구조에 이양하는 것을 자율화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오히려 중앙에서 권한을 갖고 있을 때 하부구조가 더 자율적일 수도 있다. 대학 총장이나 학교장이 경직돼 있으면 오히려 자율을 줘도 훨씬 더 획일적일 수 있다. 자율화는 풀뿌리(grass root), 즉 현장에서 실천돼야 한다. 현장이 서툰 상태에서 자율을 부여하면 혼란만 가져오고 비효율적일 수 있다. 현장의 역량이 그만큼 높아져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교원평가제를 도입하려고 하지만 평가를 인사에 연계하는 것에 대해 교원단체의 반대가 심하다. ▲ 교원들이 역할을 수행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최선을 다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교육관을 항상 점검하면서 좋은 교육을 노력한다면 굳이 평가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교사라고 하더라도 항상 그런 상태에 머물러 있기는 힘들다. 처우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도 있고, 본업보다는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평가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획일적이고 경직된 기준으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성적이나 학업성취도 외에도 교사의 자질과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영역이 많다. 무엇을, 어떻게, 왜 평가할 것인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자문회의에서 교육과정 개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어떻게 바꾸려고 하나. ▲ 과거의 교육과정은 교과목이나 수업시수 등 학교의 시간표를 정하는 편제에 집중됐다. 이러한 편제보다는 운영의 자율성과 선택의 폭을 재구성하느냐에 관심을 갖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편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편제를 그대로 가져가더라도 운영에 자율성이 있으면 의미가 달라진다. 과거에는 학교에 배치된 교사들만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해 왔는데, 한 단위 학교의 교사만이 아니라 지역에 있는 교사들로 풀(pool)을 만들어서 여러 학교에서 수업할 수 있도록 한다거나 교사가 초ㆍ중ㆍ고교를 오가며 가르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 수혜자가 보다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운영의 경직성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교육의 문제는 대부분 입시제도에서 비롯되고 있다. 학생 선발권한이 대학에 많이 이양됐는데, 보완할 점은 없나. ▲ 지난 10여년 사이에 대학의 학생선발권한이 확대되고 다양화됐다. 대학들은 여전히 학생선발에 있어 제약이 많다고 주장하는데 사실 전체 대학을 놓고 보면 자율권 요구는 그리 많지 않다고 본다. 문제는 몇몇 상위권 대학들이다. 이들 상위권 대학들은 좋은 학생을 마음대로 뽑아 자신들의 권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욕심이 고교 교육과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들이 거칠어지면 초ㆍ중ㆍ고 보통교육은 무너지게 된다. 대학 교육은 일종의 사회적 투자다. 투자의 목적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려는 대학의 요구는 당연하다. 하지만 교과부는 보통교육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양측이 함께 입시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대학이 보통교육을 잘 받은 학생을 뽑아서 훌륭한 인재로 키울 수 있는 좋은 입시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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