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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신용팽창 시대…정부 역할 갈수록 커져

■신용 천국의 몰락(리처드 던컨 지음, 인카운터 펴냄)


'현 세계경제는 화폐과잉의 늪에 빠졌다.'

현 글로벌 경제시스템은 화폐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신용(Credit)으로 움직인다. 게다가 신용의 규모도 기존에 화폐라고 인식되던 규모에 비해 휠씬 더 커졌다.

이 책은 미국 달러화의 무분별한 인쇄와 그에 따른 신용팽창이 세계경제구조를 변화시켰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향후 세계경제전망과 대응방향을 다룬다. 저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3각 경제주체 가운데 두 주체인 개인과 기업의 신용이 축소됐고 그에 따라 세계경제의 저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에 나머지 경제주체인 정부재정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1920년대 미국의 대공황, 1991년 이후 일본의 침체,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2011년 유로존의 재정위기 등의 공통점은 모두가 '신용팽창에 따른 자산가격의 버블'이라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버블시대에는 개인과 기업, 정부 등 각 경제주체가 낙관적인 경제전망을 바탕으로 차입을 통해 소비와 지출을 늘림으로써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을 만끽했다. 성장이 신용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신용이 성장을 유발하는 이른바 '신용천국'(Creditopia)이었던 셈이다.

예를 들어 달러는 금이라고 하는 실물자산이 뒷받침되는 화폐가 아니고 그저 미연방준비은행이 필요에 따라 찍어내는 종이돈일 뿐이다. 미국에 투자된 돈 대부분도 각 나라들의 저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해당국가들이 정책적 목적으로 새롭게 찍어낸 지폐일 뿐이다. 중국 중앙은행은 2007년 달러를 매입을 통한 통화가치 조작을 위해 4,600억 달러어치의 위안화를 발행했다. 이 위안화도 중국이 저임금 무역체제를 유지해 지속적으로 이익을 보려는 목적아래 발행 된 것일 뿐이다.



그리고 현 글로벌 경제는 그 같은 자산가격 버블이 터지면서 침체국면으로 급속하게 반전된 상태일 뿐이다. 미국의 신용 규모는 지난 43년 동안 급증해 50조달러를 넘어섰고, 총부채는 50배가 넘게 팽창해 정점에 이르렀다. 그리고 2008년 글로벌위기 이후 현재는 그 같은 부채축소의 과정에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성장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미국보다 더 적극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활용하는 중국 움직임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화폐의 가치가 신용의 가치에 따라 변하는 현재의 글로벌 신용사회에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일까. 저자는 현재와 같은 저금리 구조아래에서는 정부 재정정책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저성장시대를 맞아 정부는 낮은 금리로 차입(채권발행)해 투자성격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만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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