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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집 아닌 사람 중심의 주거복지

주거복지와 관련된 기획기사를 준비하면서 말로만 듣던 쪽방촌을 처음 찾았다. 동자동과 영등포 쪽방촌에서 목격한 사회취약계층의 주거현실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재래식 공동화장실은 문짝이 떨어져나가기 일보 직전이었고 각층마다 있는 세면장에는 온수가 나오지 않아 한 겨울에도 찬물로 몸을 씻는다. 1층 높이의 쪽방에 다락방을 만들어 서너 명이 같이 사는 집을 찾았을 때 낯선 방문객을 경계하던 눈빛은 지금도 선하다.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극빈주거로 내몰리는 사회취약계층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쪽방촌과 비닐하우스촌말고도 고시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사람도 많다. 여인숙이나 여관에서 장기 투숙하거나 찜질방ㆍPC방ㆍ만화방을 전전하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반지하에서 사는 사람도 전국에 150만명 가까이 된다. 국민소득 2만달러,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는 성취가 무색해지는 현실이다. 정부가 그동안 국민들의 주거복지를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왔지만 사회 양극화 심화로 주거빈곤층이 확대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주거안전망의 사각지대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주거복지를 위해 임대주택을 더 많이 지어야 하지만 이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임대주택 보증금이 저렴하다고 해도 이 돈마저 못내는 주거빈곤층도 많다. 임대료를 못내 퇴거 상황에 놓여 있는 임대주택 입주민도 서울에만 수천가구에 달한다. 임대주택만으로는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이들을 주거안전망 속으로 끌고 들어오기 힘들다는 얘기다. 물론 임대주택에 들어가 살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한 만큼 주거비 부담이라도 줄여주기를 바라고 있다.



주택바우처를 통해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거나 임대주택 입주민의 자립ㆍ자활을 돕는 등 주거취약계층이 처해 있는 상황과 현실에 맞는 맞춤형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단순히 거처할 집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사회취약계층이 인간다운 삶을 향유할 수 있도록 주거복지의 그물망을 촘촘하게 새로 짜야 한다는 얘기다. 내일이면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누가 당선되든 ‘집’이 아니라 ‘사람’을 생각하는 주거복지정책을 편다면 좀 더 따뜻하고 살맛 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공약을 꼼꼼하게 다시 들여다보고 투표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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