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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아베 신조의 포장술


요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입과 발이 쉴 틈이 없다.

지난 7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참석을 위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날아간 아베 총리는 단호한 표정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능 오염수가 "완전히 차단돼 있다"고 장담하며 2020년 올림픽 유치를 성사시켰다.

얼마 전에는 방호복을 입고 원전사고 현장인 후쿠시마 제1원전을 둘러보는 모습이 타전됐다. 그는 원전을 둘러본 뒤 상대적으로 상태가 양호한 원전 5~6호기 폐로를 지시했다.

지금은 미국 뉴욕에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26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그는 "일본은 여성에 대한 범죄행위를 막는 데 모든 가능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약 15분 동안 여성 문제를 집중 강조했다. 전날에는 미국의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를 방문해 "일본이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적극 공헌하겠다"는 '적극적 평화주의'를 주장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클로징 벨을 누르며 '아베노믹스'의 경제회생 효과를 설파했다.



앞뒤 사정을 모르고 그의 이 같은 행보를 평가한다면 아베 총리는 놀라운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다. 탁월한 언변으로 국제 행사를 유치하고 현장 지도와 리스크 방어를 위한 결단력을 발휘하고 세계 평화와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는 믿음직한 리더. 공들여 연출된 그의 모습이다.

하지만 한 꺼풀만 들춰내도 그러한 리더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일본이 원전에서 흘러나오는 엄청난 오염수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원전 운영사도 시인한 사실이다. 철저한 원전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어필하기 위해 원전 폐로 결정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사실 얼마 전까지 원전 문제에 대한 아베 정부의 무책임한 늑장대응은 국내외의 비난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지금, 아베 총리는 정작 일본이 저지른 사상 최악의 인권유린이자 성범죄인 위안부 문제는 나 몰라라 한 채 세계 여성의 인권신장을 들먹거리고 있다. 일본이 이웃 나라들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전범국임을 망각하고 '군국주의자'를 자처하고 나선 그가 한편으로 평화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있다. 기만으로 가득한 포장술로 과연 아베 총리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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