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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기업인들 이공계 육성 이끈다

엑손모빌 회장 등 교육정책 입안 대거 참여… 투자의사도 밝혀

게이츠 MS 창업자, 틸러슨 엑손모빌 회장, 베럿 前인텔 회장, 브리트 타임워너케이블 CEO(왼쪽부터 위부터)

우수 인력이 이공계 대신 금융 등 '경영'분야로 과도하게 집중되며 월가 발 금융위기를 자초했던 미국이 이공계 교육을 적극 부양하는 것을 골자로 한 차세대 교육제도 개선에 나섰다. 다음 위기를 방지하고 극복 이후에도 미국의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학ㆍ기술 분야의 영재 육성이 '키워드'라는 게 미국 수뇌부의 판단이다. 특히 100여명에 가까운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정부 지원 하에 이 같은 제도 개선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어 이채를 띈다. "글로벌 1위를 유지하기 위해 기업에 필요한 것은 MBA 출신 경영자가 아니라 창의력을 갖춘 공학 인재"라는 게 이들의 아우성이다. 16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안 던칸 교육장관과 주요기업 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100여명의 CEO가 주도하는 '방정식을 바꾸자(Change the EquationㆍCTE)'라는 새 교육 정책을 발표하며 과학ㆍ기술ㆍ공학ㆍ수학 등 4개 과목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이 교육정책의 근본적인 목표는 양질의 교사육성 및 교습법 향상을 통해 수준 높은 과학 교육을 제공,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해 이공계 인재를 육성하고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정부는 '다음 10년 뒤의 성과'를 목표로 우선 올해 500만 달러를 투자하고 기업들은 각종 민관 협력 프로그램과 자금 지원 등으로 이를 돕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글로벌 1위를 유지하려면 가장 창의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게 필수적이지만 그간 이를 무시해 왔다"며 "미국은 국민의 재능과 천재성을 이끌어내 100만 새 직업을 육성하고 우리 상품을 전 세계로 수출해 새 시대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책에는 크레이그 베럿 전 인텔 회장, 우술라 범즈 전 제록스 회장, 글렌 브리트 타임워너케이블 CEO, 안토니오 페레즈 이스트만 코닥 CEO와 같은 미국 대기업 경영자들과 빌 게이츠재단 및 카네기재단 등 재계의 주요 인사가 고루 참여하고 있다. 미 최초의 여성우주 비행사인 셀리 라이드 등도 적극 가담한다. 이들 인사들은 과학 등 4개 과목 교육정책 입안에 주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특히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회장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별도의 성명을 발표하며 정부와 CEO들이 힘을 합한 교육제도 개선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회장이 2012년까지 3년간 과학ㆍ수학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액수는 1억2,000만 달러에 달하는 전례 없는 규모다. 실제 미국은 지난 20~25년 동안 과학 교육을 무시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학생들의 과학성적은 30개 선진국 가운데 21위, 수학은 25위에 불과하다. CNN에 따르면 미국 어린이들이 수학 과학 과목에 대해 떠올리는 이미지는 늙고 병든 과학자와 같이 따분한 것이다. 하지만 미 산업 전문가들은 다음 세기에 등장할 직업의 80%가 수학과 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하게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CNN은 "미국의 비즈니스 리더들 역시 이 같은 정책에 고무돼 있다"며 "그들은 우리의 미래가 새로운 기술 개발을 만드는 데 달려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많은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빼앗겼지만 혁신적인 정보기술(IT) 제품으로는 기술우위를 바탕으로 독점적 지위를 다름없이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틸러슨 회장은 "기업 재단을 통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과학교육을 실시해 보니 AP프로그램(영재 선행학습) 과목 패스율이 전국 평균의 7배가 됐다"며 "기술과 창의력에 의존하는 회사의 리더로서 이 '시대적 미션'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드는 "글로벌 인력과 경쟁하며 미국을 부흥시키려면 차세대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게필요하다"며 "우리 시대에는 우주 프로그램이 그 역할을 했는데 이제 우리가 학생들에게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그 같은 대상을 찾아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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