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은 각각의 속셈이 있다. 중국은 탈달러, 위안화 영향력 확대다. 일본은 도쿄외환시장 활성화와 위안화 역외거래센터의 일본 유치가 배경으로 작용한 듯하다. 또 위안화의 국제거래를 확대하면서 자연스럽게 위안화 강세를 유도해 상대적으로 엔고를 상쇄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문제는 우리나라 원화다. 며칠 전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원화의 국제화를 위해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 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화 국제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라는 의미다. 사실 우리 경제규모에 비해 원화 국제화 수준은 초라하다. 수출 기준 세계 7위, 국민총생산 기준 11위인데 원화의 위상은 바닥을 기고 있다. 물론 정부가 원화의 국제화를 일부러 막고 있는 측면도 있다. 우리 외환시장은 아직 규모가 작은데 외국인들이 원화를 마음대로 빌리고 사고 팔 수 있다면 우리 시장을 흔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오히려 원화의 국제화가 미흡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한국이 국제금융시장의 현금인출기(ATM)라는 얘기를 듣는 것도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에 비해 원화의 국제화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국제화가 덜되다 보니 가치가 불안해 외국인들이 원화를 장기보유 대상보다는 단기매매 대상으로 가볍게 보는 것이다.
원화의 위상이 올라가면 국가적 자긍심과 국민의 경제심리도 높아질 것이다. 기업들은 환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물론 원화 국제화는 장기과제다. 정부는 그동안 이슈가 될 때만 원화 국제화 문제를 찔끔찔끔 다뤄왔다. 이래서 될 문제가 아니다. 장기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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