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은 셧다운 때문에 외국 순방이 어렵다고 판단, 오는 7~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와 8~10일 브루나이에서 개최되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 일정을 모두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셧다운 이틀째인 2일 "APEC과 EAS만 참석하고 이후 일정인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방문은 취소한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아시아 순방 일정 전체를 취소한 것이다. 이날 카니 대변인은 "존 케리 국무장관이 대통령을 대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이번 APEC 정상회의는 TPP 연내 타결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점쳐졌다. TPP 참가국들이 지적재산권, 헬스케어 기술, 공기업, 환경 등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어 이들 대다수가 참여하는 APEC 정상회의에서 중대한 진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불참으로 TPP 협상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TPP 연내 타결을 위해서는 미국 의회가 대통령에게 대외무역협상의 전권을 일임하는 무역촉진권한(TPA), 일명 '패스트트랙'을 승인해야 하는데 현재 미 의회는 셧다운 탓에 이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연내 TPP 타결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법학과 교수인 제인 켈시는 "미국의 셧다운으로 TPP 협상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며 "연내 TPP 체결이라는 참가국들의 희망도 이미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취소로 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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