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겨울철 전력수급 안정을 자신하는 것 같다. 내년 1월 넷째주께 전력수요가 8,050만㎾에 이르러 사상 최고에 달하겠지만 예비전력을 500만㎾ 이상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급안정을 장담하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깔려 있다.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로 멈춰선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가 재가동되면 공급이 300만㎾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의 영향으로 소비가 줄어드는데다 날씨마저 따뜻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전망의 근거가 지나칠 정도로 낙관적이라는 점이다. 원전의 재가동 여부부터 불확실하다. 중단된 원전 3기의 재가동 시기는 내년 1월 초로 예정돼 있지만 정비기간이 연장되거나 다른 원전의 고장이 우발적으로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달 초에는 한빛 3호기가 느닷없이 멈춰선 적도 있다. 장기 기상예보에 의존해 상대적으로 온난한 기후를 점치고 이에 따라 난방용 전력사용이 준다는 전망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예보와 반대로 기온이 뚝 떨어진다면 실제 전력수요는 예측을 벗어날 수 있다. 하절기라면 모를까 혹한 상황에서는 전기사용과 인상된 전기요금 간 상관관계도 떨어진다. 500만㎾ 이상의 예비전력 확보를 쉽게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물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정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충정에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원전과 전력수급에 관한 한 정부의 신뢰도는 높지 않다. 여름이 지나면 전력대란 우려도 끝이라던 국무총리와 주무장관의 호언장담과 달리 가을에도 불안에 떨었던 적이 있다. 올 겨울에도 이런 상황이 재연되지 않는다고 확언할 수 있나. 그릇된 예측이나 장밋빛 전망은 정책 불신을 낳고 결국은 정책추진 비용 증가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전력수급같이 민감한 사안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협조를 구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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