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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6월 11일] 붉은악마 티셔츠가 안 팔리는 이유

요즘 붉은악마 티셔츠가 잘 안 팔린다고 한다. 지난 2002년 1,500만장, 2006년 1,000만장 정도 팔린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이에 크게 못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패션업체의 경우 100만장 정도 응원 티셔츠를 제작했는데 판매는 고작 25만장에 그쳤다는 푸념도 들린다. 붉은 티셔츠가 남아도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일단 마케팅 차원에서 보자. 마케팅의 핵심은 ‘새것이 헌것보다 좋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기존 제품을 놔두고 신제품을 사게 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제품의 질로 승부하는 것이다. 만약 이게 여의치 않다면 이전 제품과 차별점을 부각시켜 유행을 타게끔 만들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붉은악마 티셔츠는 붐을 일으켜야 팔리는 품목이다. 업체들이 과감한 프로모션에 나서고 제품에도 문구를 달리 하는 등 변화를 주는 것은 다 이런 맥락의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판매 성적표는 신통치 않은 편이다. 이는 새 티셔츠가 고객으로 하여금 지갑을 열게 할 정도의 부가가치를 만들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지고 보면 이는 유통업계가 자초한 감도 없지 않다. 월드컵이라는 대형 이벤트에 편승하려고 너도나도 무분별하게 티셔츠 판매에 나선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공급은 늘어난 반면 경품 형태로 나눠주는 공짜 티셔츠가 많다는 점도 판매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 수급 분석에서부터 막연한 기대감에 기댄 측면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월드컵이 너무 상업화되는 데 대한 소비자의 반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하지만 월드컵뿐만 아니라 우리의 모든 일상에 상업주의가 노골화되고 있는 자본주의 풍토를 생각하면 여기에 방점을 찍기도 무리다. 차라리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소비문화가 예전보다 성숙해졌다는 반증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티셔츠가 기대만큼 안 팔렸다고 국민의 월드컵 열기가 이전보다 못한 건 아닐 것이다. 태극전사가 16강, 8강에 올라가면 남아도는 티셔츠도 조금 줄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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