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침체가 거의 끝 나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미 경제는 빠른 회복을 의미하는 ‘V’자 형이 아닌 ‘L’자형의 완만한 회복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코노미스트들은 경기 침체가 오는 8월에 종료되지만 경제가 완전히 회복 되는 데는 3~4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52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실시한 5월 정기 경기전망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ㆍ4분기 중 마이너스 6.1%를 기록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ㆍ4분기에 마이너스 1.4%(평균치)로 크게 개선되고 3ㆍ4분기부터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됐다. 3ㆍ4분기와 4ㆍ4분기 GDP 성장률은 각각 0.6%와 1.8%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이코노미스트들이 추정한 경기침체 종료시점은 평균 8월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조사에 비해 한달가량 빠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실업률과 저축률이 계속 상승하면서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회복이 늦어져 경제가 잠재 성장률(3%) 이상으로 성장해 완전하게 회복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절반 가까운 전문가들은 이 기간이 3~4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고, 25% 이상은 5~6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 지난 4월 중 8.9%를 기록한 실업률은 연말까지 9.7%로 치솟을 것으로 추정됐다. 경제가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선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12개월동안 200만 명이 추가로 일자리를 잃게 돼 완전한 경제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저축률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관측됐다. 1ㆍ4분기 중 저축률은 5%에 이른다. 노던 트러스트 코프의 폴 캐스릴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은 이후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등 미 경제가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75%에 가까운 이코노미스트들이 최근 미국의 저축률 상승이 시작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웰스파고의 스콧 앤더슨 이코노미스트는 “저축률이 금융위기를 초래한 부동산 버블 이전 수준보다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코노미스트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2010년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을 재 신임할 가능성을 72%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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