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주요 금리가 동반 상승 사이클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이 이달부터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고 그 뒤를 따라 다른 주요 중앙은행들도 초저금리 종료 시기를 최소 수개월 이상 앞당길 것이라는 관측에 부쩍 무게가 실린 탓이다. 여기에 일부 신흥국들은 자금유출을 막기 위해 잇단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출구전략이 미국을 넘어 글로벌 금리상승의 지렛대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금리상승 흐름은 글로벌 경기가 급격히 둔화되지 않는 한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월가에서는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가 연준의 출구전략 이후에는 5%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경기에 대한 확고한 기대는 5일(현지시간)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를 2년 만에 3%대로 올려놓았다. 이날 미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8월 서비스업지수는 7년 8개월 만에 최고치인 58.6을 기록, 얼마 전 나온 ISM 제조업지수 호조와 맞물려 순탄한 경제회복에 대한 낙관론과 연준의 9월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고조시켰다.
여기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토의에서 "점진적인 양적완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미 출구전략에 대한 시장의 예상은 더욱 확고해졌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현행 월 850억달러 규모인 연준의 자산매입 규모를 700억달러 정도로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금리는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로 미 국채수요가 대폭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5월부터 국채를 내다 팔면서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해 FOMC가 임박하면서 오름세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최근 소시에테제네랄은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오는 2017년 5%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금리상승은 유럽 각국의 금리도 줄줄이 끌어올리고 있다. 이날 영국의 10년물 국채금리가 2년 만에 3%대로 진입하고 독일 금리도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핀란드, 네덜란드 등 주요국 금리가 줄줄이 올랐다. 유럽의 경기지표 회복이 가시화하면서 유럽도 당초 예상보다 빨리 미국의 뒤를 이어 출구전략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커지고 있다.
이날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금리동결을 결정한 통화정책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아직은 경제가 불안하다며 "당분간 현재 수준의 최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드라기 총재의 입보다는 미국의 출구전략과 유럽의 경기회복에 무게를 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바클레이스은행은 ECB가 당초 계획보다 수개월 빠른 2015년 7~8월 무렵에 0.2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날 ECB와 마찬가지로 금리를 동결한 영국 중앙은행에 대해서도 조기 금리인상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란은행이 2016년 말에나 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이르면 2014년 12월에 0.5%포인트의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롬바르드 오디에르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의 그레고르 맥킨토시 국채 담당자는 "중앙은행들은 (저금리) 기대를 못박아두려고 하지만 시장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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