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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2월23일] 개(犬)쇼군
입력2006-02-22 17:12:10
수정
2006.02.22 17:12:10
‘개와 고양이, 소와 말을 아껴라. 잡아먹거나 늙었다고 버려서도 안 된다.’ 일본 도쿠가와 막부의 5대 쇼군(將軍) 쓰나요시(綱吉)가 내린 살생금지령의 골자다. 사실상의 전제군주로 군림하던 쇼군의 명을 뉘라서 거역할까. 모기를 잡았다고 처벌을 받기도 했다. 살생금지령(1685년)의 배경은 불교사상. 전생의 살생 업보 탓에 아들이 없다는 한 스님의 말이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동물보호정책을 낳았다.
가장 우대받은 짐승은 개. 개띠(1709년 2월23일 출생)인 쓰나요시는 개마다 색깔과 특징을 기록하고 사망신고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위반하면 할복이나 유배형. 일본은 금세 떠돌이 개로 넘쳐 났다. 상전으로 둔갑한 개를 기피했기 때문이다.
쓰나요시는 늘어나는 들개 대책으로 전국에 수용소를 만들었다. 개가 병에 걸리면 조기구이나 찜을 해주고 산책할 때 간식으로 멸치를 먹였다. 수의사를 포함해 17명이 개 40마리를 돌보던 수용소의 연간 예산이 65냥. 한 냥을 쌀 한 섬(150㎏)으로 쳤으니 80㎏짜리 쌀 122가마니가 들어간 꼴이다. 문제는 수용소가 부지기수였다는 점. 16만평 부지에 개 10만마리가 수용된 곳도 있었다.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갔는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재정 고갈에 봉착한 쓰나요시의 선택은 악화(惡貨) 주조. 금과 은의 함량을 절반으로 떨어뜨리는 수법으로 얻은 화폐주조 차익은 다시 개들에게 돌아갔다. 살생금지령의 진짜 이유는 막부체제 60년이 지나서도 툭하면 칼부림이 나는 전국시대의 호전성을 억제하려는 의도였다는 해석도 있지만 ‘죽 쒀서 개 준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살생금지령은 그의 사후 즉각 폐지됐다. 개 팔자가 상팔자인 시대도 끝났지만 재정건전성 회복에는 40여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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