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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채시장 투자자 썰물

경기 회복에 주식으로 갈아타기 급속 확산<br>가파른 물가 상승도 한 몫… 올 수익률 급등


금융위기 이후 수년 동안 안전자산으로 각광 받았던 미국 국채시장이 전환점을 맞았다. 미 경제의 회복속도가 가팔라지고 주식시장이 활황을 지속하면서 투자자들의 국채시장 이탈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버블 논란 속에서도 2% 수준에 머물렀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15일(현지시간) 현재 2.28%를 기록하며 이번주에만도 0.29%포인트 뛰었다. 30년물 수익률 역시 3.41%로 0.28%포인트 급등했다. 10년물ㆍ30년물 모두 지난해 10월28일 이후 4개월반 만에 최고치다. 주 후반 단기 금리급등을 틈타 매수세가 유입되기도 했지만 시장의 흐름은 안전자산을 팔아 위험자산을 사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의 변화를 가속화한 촉매는 지난 13일 열렸던 공개시장위원회(FOMC). 이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FOMC 성명에서 미국경제에 대해 고용시장 회복 등을 근거로 과거보다 한결 긍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반면 3차 양적완화(QE3)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FRB가 추가 양적완화의 문을 닫지는 않았더라도 시행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와 더불어 오는 6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종료됐을 때 QE3가 실시되지 않으면 국채수급에 불균형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또 QE3 대신 최근 대두된 불태화(sterilized) 방식의 양적완화가 채택되더라도 유동성 흡수상황에 따라 국채매입 규모가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방식은 FRB가 달러를 찍어 장기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매입하는 대신 역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기간예금으로 그만큼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국제유가 상승과 경기회복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가중도 국채 약세를 촉발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2월 미국의 생산자물가(CPI)는 0.4% 상승했다. 이는 5개월 만의 최고 수준으로 4.3%나 오른 휘발유 가격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마크 잔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FRB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강하게 나타날 것"며 "FRB가 2014년까지 제로금리를 공언하고 있지만 그전에 상당한 긴축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밖에 아시아시장에서 일본 은행들이 결산종료일인 3월을 맞아 미 국채를 대거 처분한 것도 금리상승을 부추겼던 것으로 분석됐다. 아시아시장에서는 한때 10년물 수익률이 2.348%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처럼 국채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들이 즐비하자 투자자들은 채권에서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바클레이스의 분석에 따르면 올 들어 국채투자 수익률은 평균 -1.7%를 기록했으며, 특히 20년 이상 장기물의 수익률은 -7.8%에 달한다. 반면 주식시장은 활황세를 지속하고 있다. 나스닥지수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했으며 다우와 S&P500지수 역시 1만3,000과 1,400선을 넘어섰다.

앨런 밀트리먼 소시에테제네랄US 트레이딩헤드는 "펀드매니저들의 자산 재분배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추가적인 급격한 금리상승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0년물을 기준으로 해 수익률이 2.4% 정도면 차익을 노린 매수세가 집중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채권트레이딩 업체인 RW프레스프리치 관계자는 "현금이 여전히 풍부하고 매수 타이밍을 노리는 투자자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씨티그룹 역시 올해 말 10년물 수익률이 2.40~2.45%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얀 해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경제의 성장둔화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고 QE3가 실시되지 않았을 때 금융시장이 받을 충격 등을 감안할 때 4월 또는 6월 FOMC가 3차 양적완화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국채수익률 상승이 제한될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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