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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수 칼럼]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공황

지금 최대의 화두는 경제 살리기다. 콜금리 인하에 이어 정부와 여당이 재정지출 확대와 소득세율 1%포인트 인하를 골자로 하는 경기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감세를 통해 내수를 자극하고 투자의욕을 살리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경제 위기를 부인해온 정책당국이 경기부양쪽으로 선회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별 실익 없이 세수기반만 약화시켜 재정 건전성과 소득 재분배를 오히려 악화시키지 않을까 걱정이다. 세금 몇 푼 깎아준다고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정부-당정회의 보고서는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가족 해체와 서민의 생활고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생계곤란으로 이혼은 3년새 40%나 늘었고 전국적으로 100가구 중 7가구가 전기료를 못 내고 있다. 대도시의 상수도 연체율이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높아졌고 학교 공과금도 내지 못하는 등 서민가정이 파탄에 직면해 있다. 경제가 불안하면 돈이 숨고 돈의 해외 유출이 급증한다. 기업들은 40조원 정도의 돈을 투자할 곳이 없어 ‘자본 파업’을 하고 있으며 해외여행ㆍ유학 등으로 자본수지가 상반기에 5억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불법외환거래-환치기가 급증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치권과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는 목소리를 함께하고 있지만 경제 주체들로부터 어떻게 신뢰를 회복하느냐가 과제다. 여기에 ‘경기회복을 체감하려면 아마 1년쯤 더 걸릴 것’이라는 경제부총리의 언급과 여론에 지나치게 민감한 정치행태와 정부정책의 일관성 부재가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아직도 경제보다는 정치에 더 비중을 두고 국가의 미래 성장 정책에는 소홀히 하는 등 그저 이념적ㆍ세대간 갈등만이 팽배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의 내수침체와 투자부진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돈이 원활하게 돌게 해줘야 하고 그 핵심은 시장원리다. 투자로 일자리가 창출되고 소득이 발생해 소비를 하고 이는 다시 투자로 연결되는 선순환구조를 살리는 것이 시급하다. 하지만 경기부진에 따른 소득감소와 장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경제 주체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공황상태가 심각한 수준에 와있다. 이처럼 위축된 경제심리는 우리의 성장 동력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지난 금융위기하의 구조조정으로 산업기반과 중산층이 붕괴됐고 이때의 내수 부양정책이 지금의 카드부채 문제와 신용불량자를 가져와 서민경제의 급속한 붕괴와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는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불안요인이 된다. 때문에 경기활성화를 통한 국가의 미래비전을 함께 공유하게 해주는 것이 시급하다. 지난 금융위기 때 우리 국민이 발휘한 열정적 특성을 감안하면 지금의 총체적 경제위기를 돌파할 새로운 경제심리적 처방이 필요한 때다. 기존의 정책 패러다임을 탈피, 다양성과 감성을 추구하는 경제 주체들의 특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소비와 투자심리를 회복하고 체감경기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를 살리기 위해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시급하다. 경제 주체들이 안심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그것이다. 하지만 과거사 문제 등을 비롯해 반기업정서로 불안심리가 높아져 있다. 때문에 미래지향적인 정치와 더불어 시장경제 정착에 모든 정책역량을 집중한다는 메시지 전달이 필수적이다. 그래야 정치권은 소모적 정쟁에서, 정부는 좌편향에 대한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고 기업의 투자의욕을 끌어낼 수 있다. 지금은 대통령이 경제 리더십을 발휘할 때다. 경제 주체들이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불안감을 해소해주면서 상생의 정치를 바탕으로 경제를 살리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는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높여 선진경제 국가로서의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정 희 수 백상경제연구원장(經博) 겸 논설위원 hschung@be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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