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동시장은 노사 양측으로부터 유연성과 안정성이 모두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고임금과 고용안정을 상당 부분 보장 받는 대기업·공기업 정규직과 그렇지 못한 비정규직, 중소기업 근로자 간의 양극화가 심해진 탓이다. 해고·파견근로 등에 대한 규제장벽은 높고 퇴직 무렵의 임금이 초임의 2.7배나 돼 민간기업에서는 조기 퇴직이 일상화돼 있다. 정부도 정치권과 노사의 눈치를 보며 소극적으로 대처, 문제를 키웠다. 통상임금과 해고요건을 둘러싼 혼란도 고용노동부가 관련 법에 판례를 제때 반영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복잡한 수당과 호봉제 중심의 과도한 연공(年功) 급여가 임금체계의 병폐라면 법인세·소득세법을 고쳐 고정급·수당보다 성과급 등에 대한 세제혜택을 강화해 노사가 성과급·직무급 중심으로 개편할 수 있도록 유도했어야 마땅하다. 중소 하청업체의 근로조건을 악화시켜 양극화를 심화하는 데 일조해온 최저가낙찰제 역시 고용노동정책과 무관하게 이뤄져 온 조달정책의 소산이다.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려면 정부가 국가혁신 차원에서 상품·노동시장을 꿰뚫는 개혁 방향을 제시하면서 조세·재정금융·조달 등 종합적인 정책을 통해 노사를 유인하고 지원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노사정이 노사정위원회 등에서 타협안 도출을 시도하고 있으나 정부는 아직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노사정위에 힘을 실어주려는 측면도 있지만 정부 부처 간 이견과 노사 눈치 보기도 한몫한다. 정부는 이런 때일수록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벨기에·덴마크 등의 사회적 대타협도 정부 여당과 공익대표의 강력한 리더십 덕분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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