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야 어찌됐든 고가의 스마트TV를 들여놓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대기업들의 싸움 탓에 반쪽 서비스만 받게 됐으니 분통이 터질 일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뛰고 있는 대기업들이 고객을 볼모로 삼아 법정싸움까지 거론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네트워크망 관리에 들어가는 막대한 투자비용을 감안할 때 스마트TV로 돈을 버는 제조업체의 무임승차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KT 나름의 입장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네트워크망 차단을 철회하고 이용자의 편의를 중시하는 게 더 중요하다. 스마트TV가 데이터트래픽 과부하를 일으킨다는 주장도 중립적인 기구를 통해 객관적인 검증절차를 거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마땅하다.
사실 누구나 통신망을 자유롭게 사용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 문제는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논쟁거리다. 통신업체와 제조업체, 웹 개발자 등 다수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외신들이 이번 사태의 향배를 예의주시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번 사태로 국내 정보기술(IT) 산업은 또 하나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일상생활이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통신사업자와 장비제조업체 간의 바람직한 협력모델 구축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이미 애플과 구글 등 IT 업체들은 앞다퉈 스마트TV시장에 뛰어들어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칫 집안싸움에 발목이 잡혀 글로벌 경쟁력을 잃게 된다면 미래성장을 이끌어갈 스마트TV 사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망 중립성과 관련된 현안 해결을 위해 1년 이상 논의해왔지만 사업자 간 협상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해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줬다. 정부 정책이 기술과 시장상황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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