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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5월 28일] 우리말 바로쓰기

최영집(대한건축사협회 회장)

국가공인 건축가인 건축사들은 비단 건축을 잘 만드는 일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시대 최고의 균형 잡힌 교양인으로서 인문사회ㆍ문화예술을 통섭하는 건축인이자 문화인이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신언서판(身言書判) 중 언어예절을 지키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경우라도 언어사용에 품위를 지키고 올바르게 사용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건축사들은 설계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끊임없이 말을 통해 건축을 이뤄내고 있다. 성실하고 신용 있고 신뢰감을 주는 언어를 사용해 기획의도를 설명하고 디자인을 설득하며 관련분야와 협의하고 리드해나가면서 건축의 최종 성과를 실현해야 하고 말과 글로서 건축의 가치를 더욱 빛내줘야 한다. 어느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여인이라도 부적절한 언어로 상스럽게 대화를 이어간다면 다시 만나기 싫을 것이며 점수를 많이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리말을 바로 쓴다는 것은 말만 번지르르 잘하는 것이 아니라 말의 품위를 지키고 올바른 언어를 사용하며 말의 향기를 뿜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말 바로 쓰기 교육이 영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학교의 국어교육이 어찌 되고 있는지 청소년들이 정상적인 어법과 올바른 단어를 모르는 채 온통 비속어와 유행어를 섞어 쓰며 그것이 당연한 줄 안다. TV 출연자들도 발음은 물론 언어사용에 모범을 보이지 못하고 계속 우리말을 오염시키며 바로 쓰기에 앞장서지 못하는 모습들이 안타깝다. 흔히 들을 수 있는 잘못 사용하는 예를 몇가지 들면 상당히 어른이고 지식인인데도 ‘우리나라’를 ‘저희나라’로 얘기하고 있고 ‘진지’라는 말은 사라지고 있고 ‘제가 아는 분’은 ‘내가 아시는 분’이라고 쓰고 있다. 한심한 일이다. 어른에게 물어보는 것을 ‘여쭤본다’고 하는 것인데 은행에 가면 같은 직원들끼리 여쭤보고 대답해준다고 한다. 어디에다 어떻게 존댓말을 써야 할지 몰라 아무데나 ‘시’를 붙이고, 상대를 높여 나를 낮추거나 손님을 높여 직원들을 낮추는 어법을 모른다. 손님을 공대한다며 ‘저희 직원분께 여쭤보겠습니다’ ‘담당자분이 안 계셔서 알 수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하기 일쑤다. 호텔에 가면 종업원이 메뉴설명하면서 ‘A는 5만원이시고 B는 7만원이세요’라고 말하고 있다. 그때 그때 잘못된 어법을 고쳐주지만 지적해 줘도 듣지 않는다. 다 그렇게 말한단다. 신문과 방송은 이렇게 오염돼 가는 언어현상을 왜 보고만 있는지 답답하다. 상업광고만 하지 말고, 가장 황금시간대에 방영하는 뉴스의 전후에 전국민을 대상으로 ‘우리말 바로 쓰기’ 광고를 꼭 넣어주기를 부탁한다. 아니면 어느 기업에서 이미지 광고로 ‘우리말 바로 쓰기’ 광고를 선점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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