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경제학에서 전제해온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는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태생적으로 이기적인 개인이다. 국제시장에서 한 국가의 국부(國富)를 평가할 때도 경제성장률과 GDP(국내총생산)는 핵심도구로 사용돼 왔다. 통상적인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행복 계산법은 단순하다. 소득이 많고 부를 많이 축적할수록 그 사람은 많은 이익을 얻고 더 행복해진다는 논리다. 소득이 많으면 직장과 사회에서 더 나은 지위와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 삶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아진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처럼 그동안의 주류 경제학은 행복의 개념과 이익의 개념을 맞바꾸면서 경제와 행복이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됐지만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주류 경제학의 한계에 대한 논의가 국제적으로 매우 활발해지고 있다.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는 곳곳에서 사회혼란을 야기하고 있고 사람들은 성과를 올려야 한다는 과중한 압박감에 점점 더 많이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합리성과 이기심에 지배받는 개인들에 의해 시장이 기능한다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적인 관점이나 소득확대 중심으로 전개해온 기존 경제학 이론들이 변화를 강제받고 있는 것이다. 독일 뮌헨 철학대학장인 저자는 세계경제가 추구해온 과도한 물질 추구와 지나친 비용ㆍ편익적인 경제학적 사고방식이 사회정의에도 문제를 일으킬 뿐아니라 개인의 행복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호모 에코노미쿠스라는 굴레가 그동안 경제학을 눈멀게 해왔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행복의 개념을 설명할 때 기존 경제학처럼 높은 소득이 결정적 요인이 된다고 강조한다면 경제와 인간의 삶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가치들을 너무 많이 놓치게 된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소득은 절대적으로 평가하기보다 다른 사람과 상대적 비교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어야 더 만족한다는 사실이 실험 결과 밝혀진 만큼 수치상으로 높기만한 소득수준은 행복을 결정짓는 중대한 요인이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저자는 이처럼 인간의 합리성은 한계가 있다며 행복과 경제, 부의 함수관계, 안정된 직장과 인간관계, 정치참여의 가능성, 부의 분배 정도, 건강 등 인간의 행복과 삶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요인들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저자의 핵심 시각은 그간 우리를 지배해온 경제 세계에서는 이같은 요소들이 지나치게 간과돼 왔으나 이제 경제적 부는 이윤보다 인간 위주로 재형성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인간적인 근로여건으로 생기는 각종 문제점, 전통 경제학이 간과해온 인간의 행복 의미 등에 대해서도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간다. 인간다운 경제를 세우기 위한 의식 변화와 빈곤과 기아ㆍ자원 고갈ㆍ지구온난화 등과 같은 국제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세계공동체의 의지도 역설한다. 저자는 미래의 경제학은 기존 핵심 목표였던 소비와 욕구총족 등의 가치 뿐아니라 협동정신이나 신뢰 같은 가치들도 함께 비중 있게 고려하는 행복 경제학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인간다운', 즉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경제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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