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서경이 만난 사람] 민형종 조달청장

"경단녀 고용기업 조달 우대 … 여성 일자리창출 도울 것"

연 120조 공공조달 활용, 고용 등 경제혁신계획 뒷받침

해외 21개 기관과 협력 유망기업 수출 2억弗 달성 지원

가상입찰서비스 확대 … 해킹 통한 불법낙찰 철벽방어도



"정부가 주요 국정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서는 여성들의 일자리를 많이 늘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연간 120조원에 달하는 정부 구매력을 활용해 조달기업들이 여성 고용을 촉진하도록 유도할 계획입니다." 18일로 취임 1년을 맞는 민형종(56·사진) 조달청장은 지난 14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성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 청장은 "정부가 2017년까지 여성 일자리 150만개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데 조달청도 정부 구매력을 활용해 여성의 기업활동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달청은 27만여 조달기업들이 여성 고용을 촉진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5,000만원 미만의 소액 계약은 여성 기업과 우선적으로 수의계약을 하도록 하고 입찰시 여성 고용을 많이 하고 있는 기업에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민 청장은 "여성들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특히 경력단절 여성 고용 우수기업에 대해서는 정부 물자 조달 과정에서 우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달청은 이를 통해 지난해 말 현재 6.3% 수준에 그치고 있는 여성 기업 조달 비중을 올해에는 7% 이상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대담=오철수 사회부장(부국장 대우) csoh@sed.co.kr

민 청장은 공공조달 인프라를 활용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 구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78.1%에 달해 중소기업들이 국내 조달시장을 통해 매출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여기에다 지난해 한 해 동안에만 나라장터 등록업체가 2만4,000개나 늘었어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해외 조달시장이 활짝 열리고 있는 만큼 이제는 해외로 눈을 돌려 파이를 키워야 합니다."

사실 해외 조달시장은 한해 5조달러에 이를 정도로 우리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많다. 조달청은 이 같은 거대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세계 21개국 조달기관과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조달청은 해외 진출 유망 기업(PQ 기업)을 선정해 현지 구매기관과 연결시키거나 민관 공동으로 시장개척단을 파견해 맞춤형 수출지원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외 조달시장 수출 규모를 2012년 8,063만달러에서 지난해 1억3,385만달러로 키웠다.

민 청장은 "올해에는 PQ 기업 지정을 95개에서 200개로 확대해 2억달러 이상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달청은 우수 중소기업들이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 도전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수출 비중 미달시 국내 조달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어느 정도 성장한 기업들은 해외로 나가서 성장을 도모하게 해야 국내에서 신생기업들이 자라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민 청장은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독려한 결과 특장차 전문기업인 이텍산업이 페루 경찰특수차량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해킹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민 청장은 "나라장터 시스템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과거 수요기관 재무관 PC나 입찰업체 PC를 해킹해 불법 낙찰을 받은 사례가 있었으나 나라장터 시스템 자체를 직접 해킹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나라장터의 추가적인 안정성 확보를 위해 가상입찰 서비스를 도입해 1차적으로 재무관 예가작성 업무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이를 조달업체의 투찰 업무로 확대하고 내년에는 전자계약과 전자지급 등의 업무까지 가상입찰 서비스를 도입해 운영할 계획입니다."

가상입찰 서비스란 나라장터 시스템과 별도로 클라우드 기반의 가상 서버에서 입찰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해커들이 수요기관 재무관 PC나 입찰업체 PC 등을 해킹하더라도 조달업무는 완벽하게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민 청장은 공공조달을 통해 경제혁신3개년계획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조달청은 창업기업의 공공조달 시장 진입을 지원하고 혁신형 중소기업들이 판로 걱정 없이 마음껏 기술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기술개발제품 구매액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2010년 1조5,000억원 규모이던 기술개발제품 구매액은 지난해에는 2조8,000억원으로 3년간 1.8배 증가했다.

그는 특히 공공조달을 통해 서비스 산업을 활성화해 일자리 창출과 함께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서비스 산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조달 시장에서의 서비스 구매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서비스를 나라장터 쇼핑몰을 통해 공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2012년 314억원이던 나라장터 쇼핑몰 서비스 공급실적이 지난해 2,144억원으로 확대됐습니다. 지속적인 서비스 상품개발과 공급 활성화를 통해 현재 16% 수준인 구매사업에서 차지하는 서비스 비중을 2016년까지 22%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현재 헬기 임대와 모바일 서베이, 단체보험 등 8개 서비스 사업이 쇼핑몰에 등록돼 있는데 올해에는 화상·전화 외국어 등 교육 서비스와 함께 소프트웨어 등 5대 유망 서비스 품목을 쇼핑몰에 추가로 등록할 계획이다.

민 청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 강조하고 있는 공공 부문 개혁과 관련해 조달 부문에서의 입찰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등의 입찰비리가 발생할 경우 입찰업무를 조달청에 강제 위탁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할 계획인데 이는 외부위탁을 통해서라도 공공기관의 입찰비리를 근절시키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그는 "입찰비리는 국가의 재정을 악화시키고 공공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이 때문에 원스트라이크 아웃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달청은 이를 위해 공공기관과 협의체를 구성해 조달 관련 지식과 정보, 표준모델을 서로 공유하고 공공기관이 공통으로 필요로 하는 물자에 대한 조달계약을 적극 개발해 공공기관 조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 간다는 방침이다.

만일 원스트라이크 아웃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조달청은 전담반을 구성해 공공기관별 주요 조달품목을 사전 파악하고 조치계획을 마련해 대국민 서비스에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그는 조달청의 좋은 점으로 입찰 시스템을 들었다. 공공기관이나 지자체의 경우 대부분 설계사무소가 준비해 온대로 발주하게 되는데 조달청은 원가와 설계검토 등을 거쳐 공사비가 적정한지, 부실설계는 없는지를 평가함으로써 평균 7~8%의 공사비를 절감하는 동시에 고품질 공사를 지원하고 있다.

민 청장은 지난해 말 아파트 등 민간에 개방한 나라장터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962개 아파트 단지와 11개 영농·영어조합, 23개 비영리법인이 등록했고 이를 통해 입찰 공고를 낸 89건 가운데 70건이 낙찰됐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는 나라장터 입찰을 통해 17년 만에 위탁관리업체를 변경했고 550만원 정도의 예산을 절감하는 성과를 냈다.



민 청장은 "올해는 민간개방 대상을 1만여 비영리법인으로 확대하고 내년부터는 중소기업에도 개방할 것"이라며 "시스템 개선을 통해 전자입찰뿐만 아니라 전자계약·대금지급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라장터 시스템의 해외수출도 지속적으로 추진된다. 민 청장은 "대기업 SI 업체의 공공 부문 소프트웨어 사업참여 제한으로 나라장터의 해외시장 진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소리도 있지만 최근 코이카(KOICA)가 발주한 카메룬 전자조달 시스템 구축사업을 중소 정보기술(IT) 업체가 수주해 사업을 수행 중에 있다"며 "전자정부 시스템 수출경험이 풍부한 IT 기업을 활용해 나라장터 시스템을 추가 수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비정상적인 조달 관행을 뿌리 뽑아 국가재정이 누수되는 일이 없도록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아직도 공공조달 시장에 남아 있는 위장 중소기업의 입찰참가와 허위실적제출, 담합 등 불공정한 조달 관행이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귀중한 세금을 낭비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루속히 정상화해야 할 과제라고 언급했다. 민 청장은 "지난 1년간 조달정책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효과를 체감하는지, 문제는 없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많이 다녔다"며 "올해에는 아직 남아 있는 비정상적 조달 관행을 개선해 투명·공정조달을 실현하는 데 더욱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He is…

△1958년 전남 영암 △1977년 광주제일고 △1981년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1991년 미국 일리노이대학원 석사(경제학) △2011년 충남대 박사(경영학) △1980년 행정고시 24회 △2001년 부산지방조달청장 △2002년 시설국장 △2006년 서울지방조달청장 △2007년 전자조달국장 △2007년 구매사업국장 △2008년 조달청 기획조정관 △2012년 조달청 차장 △2013년 조달청장

수시로 현장방문·간담회… 인증·서류 '손톱밑 가시' 뽑아

■민 청장의 현장형 조달행정


30여년간 조달행정의 한 길을 걸어온 민형종 조달청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민 청장은 지난 1년 동안 기업 현장 36곳을 방문했고 기업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도 24차례나 가졌다.

이 같은 현장 방문 결과는 고스란히 정책에 반영됐다. 민 청장은 현장에서 청취한 여론과 직원들이 내놓은 아이디어 등을 바탕으로 지난해 100대 혁신과제를 선정했고 모든 직원이 이를 추진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현장 방문이나 간담회만 다녀오면 내려오는 청장의 지시와 검토요구에 뒷수습하기에 정신이 없다는 직원들의 하소연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민 청장은 그만큼 고쳐야 할 것들이 많지 않느냐고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했고 보다 적극적으로 제도를 개선해 중소기업들을 도와주고 공정한 조달행정을 구현해 보자고 설득했다.

현장의 목소리는 조달행정의 손톱 밑 가시를 뽑아내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인증부담과 납품 품질검사부담, 서류부담 등 3대 손톱 밑 가시는 이렇게 뽑혔다.

실례로 지난해 가구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업체들은 "KS인증이나 단체표준인증 획득의 경우 영세업체가 많은 가구업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진입조건이 아닌 가점으로 조정해달라"고 민 청장에게 요구했고 민 청장은 즉각 제도개선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진행되는 가구류 입찰에서는 인증 부담이 대폭 줄어들었다. 이처럼 중복인증 등 기업의 인증 과수요를 없앤 결과 업체들은 연간 450억원의 인증비용을 덜게 됐다.

과도한 품질검사를 개선해달라는 조달업계의 목소리에도 곧바로 대응했다. 조달물품을 분할 납품하는 경우 2회차 검사 때 기본료를 면제하도록 했다.

또한 조달입찰시 업체들이 구비해야 하는 서류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입찰업무 온라인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선 공공정보화 사업의 협상계약 전 과정을 온라인화하기로 했다.

발주기관은 제안요청서를 보다 쉽고 명확하게 작성할 수 있게 되고 입찰자의 제안서를 정확하게 비교 평가할 수 있는 이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입찰참여 기업은 서류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적은 비용으로 쉽게 제안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한 해 1,000억원 정도의 제안서 작성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조달청은 추정하고 있다.

민 청장은 지난 14~15일 김천 혁신도시 내에 새롭게 둥지를 튼 조달교육원으로 모든 간부를 소집해 워크숍을 개최했다.

새로운 혁신과제를 찾아보자는 취지에서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직원 모두가 수요기관과 조달등록 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항상 청취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청장뿐만 아니라 직원 모두가 현장형 조달맨이 될 것을 희망하고 있다.

사진=이호재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