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국의 영유권 분쟁으로 격랑에 휘말린 동북아시아 경제협력의 틀이 깨지기 시작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갈등이 극한대립으로 치닫고 있는데다 한일 간 독도분쟁도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과 상호 국채투자를 비롯한 경제협력 논의가 일제히 중단됐다. 자칫 '한국의 생산-중국의 자본과 시장-일본의 자본ㆍ기술'이라는 삼각협력 체제로 동반 성장하려던 동북아 3국의 기본 발전모델이 좌초할 위기에 처한 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일 선단양 중국 상무성 대변인이 이날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댜오위다오 국유화는 중일 경제교역 관계에 필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현재 검토 중인 한중일 FTA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이 공식적으로 한중일 FTA 유보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중국은 일본 국채의 대규모 매도를 통한 금융시장 공격, 희토류 수출 중단, 일본상품 불매운동 등 대형 보복 카드를 준비 중이어서 양국 간 경제전쟁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합의가 도출된 상호 국채보유 등 금융ㆍ통화 협력방안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달 독도사태 이후 일본 정부 내에서는 다음달 만기 도래하는 한일 통화스와프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까지 뚜렷한 경제제재 조치가 공표되지는 않았지만 한중일 3국의 권력교체 시기와 맞물려 각국이 양보 없는 강경노선을 이어갈 경우 협력체제 균열이 가시화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특히 갈등의 중심에 선 일본 민주당 정권은 취약한 외교력 때문에 한국이나 중국과의 대화채널을 쉽사리 열지 못하고 있어 정치적 갈등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정치분쟁이 경제대립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금까지는 동북아 국가들이 정경분리를 원칙으로 정치갈등의 와중에도 경제협력은 강화해왔으나 달라진 국가 간 위상과 각국의 민족주의 대두, 권력교체 일정 등이 맞물려 외교대립이 경제를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 민간 차원의 인적교류와 기업활동 위축도 예상돼 가뜩이나 좋지 않은 동북아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된다. 니혼게이자이는 중일 영유권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수출악화와 중국인 관광객 급감 등으로 일본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한편 일본의 대중투자가 급감하면서 중국 경기둔화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