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 지명자가 공개적으로 양적완화 축소 조치는 아직 이르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최근 경기지표 호조로 일각에서 제기된 오는 12월 출구전략설은 힘을 잃은 반면 내년 3월 가능성이 한층 더 부각되고 있다.
그는 14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의 인준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공개한 서면 답변서에서 "경기나 노동시장 상황이 정책당국의 기대나 잠재력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연준이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서는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더 많은 증거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옐런 지명자는 실업률이 7.3%로 아직 너무 높고 인플레이션도 2%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시점에서는 경기회복을 지원하는 것이 통상적인 통화정책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 시기를 내년으로 늦출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옐런 현 연준 부의장이 양적완화 조치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는 올 6월 초 이후 처음이다.
지난 8일 발표된 10월 고용지표가 호조세를 보이자 일각에서 12월 출구전략설이 제기되며 미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한 바 있다. 최근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고용ㆍ인플레이션 등이 연준의 목표에 한참 모자란다"면서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규모 축소 여부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시장의 불안감을 부추겼다.
하지만 옐런 지명자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13일 미 달러가치와 국채수익률이 떨어지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가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금융시장도 안정을 되찾았다. 랜 린젠 CRT캐피털 국채전략가는 "옐런의 답변서는 FOMC 주류 인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고 연준이 최근 몇 달간 내보낸 메시지와 달라진 게 없다"며 시장에서 제기한 조기 출구전략 가능성은 신호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연준의 양적완화 조치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관심은 옐런 지명자의 상원 청문회 발언에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옐런 지명자가 2010년부터 벤 버냉키 현 의장과 함께 양적완화 조치를 주도해왔지만 기존의 금융ㆍ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프리즈머니마켓의 톰 시몬스 이코노미스트는 "옐런 지명자가 양적완화 지속에 우호적인 발언을 할 것"이라며 "한번 매파적 답변을 하더라도 다음 번에 더 강력한 비둘기적 발언을 내놓으며 이를 상쇄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차기 의장이라 하더라도 내년 1월 말 물러나는 버냉키 현 의장을 의식해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지프 라보그너 도이체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옐런 지명자가 양적완화 축소나 금리인상 시기 등 지금 시장에 가장 중요한 정보를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옐런 지명자가 이날 "주택ㆍ자동차 등 일부 부문의 경기회복세는 확연하다"고 밝힌 데 주목하고 있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 경제가 회복되고 있어 연준이 두 달 내 양적완화를 축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나 사포르타 크레디트스위스 이코노미스트도 "답변서로 볼 때 올 12월 축소 가능성은 줄었지만 경기지표만 뒷받침되면 내년 1월에는 소규모의 자산매입 축소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블룸버그가 8일 32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질문한 결과 내년 3월이 14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내년 1월도 9명에 이르렀다. 여전히 양적완화 축소 시기는 앞으로 나올 경기지표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또 일부 공화당 상원 의원들의 공세도 변수다. 의석 분포로 볼 때 옐런 지명자가 상원 인준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이지만 리처드 셸비(앨라배마) 등 은행위 소속 공화당 의원 4명은 연준의 양적완화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며 현미경 검증을 벼르고 있어 공방전이 예상된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옐런 지명자가 상원 의원들의 공세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매파적 발언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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