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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리커창의 가격혁명' 첫 타깃은 약값… 시장 경쟁체제 도입

정부 - 제약사 부패한 독점거래로 약값 지나치게 비싸

정부 결정권 줄이고 의료보험 통한 가격인하 유도 나서

시장 활성화·다국적기업 지배력 축소 가능성 크지만

"의료보험제도 갖춰지지 않아 혼란 부를 것" 지적도



중국 정부는 조만간 2,700개의 약품 가격을 시장 자율에 따라 개방할 예정이다. 시장에 가격 결정을 맡기고, 경쟁을 통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중국 정부가 경제개혁의 핵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격혁명'의 표본이 될 전망이다.

중국 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지난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 약품 가격 결정 정책을 취소하는 개혁안을 전국 8개 의약업체에 48시간의 의견을 청취 한 후 국무원의 의결을 거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약품 가격 결정권을 개방하는 것은 중국내 약품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여론 때문이다. 특히 약품 가격이 정부와 제약회사의 부패한 거래로 인해 독점적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도 가격 자율화의 이유가 되고 있다.

앞서 15일 리커창 총리는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정부의 가격결정 범위를 더욱 축소하고 시장이 가격을 결정하도록 하는 '가격개혁'을 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경쟁체제의 도입에 따라 시장기능이 활성화되고, 관련 부처 및 정부와 협의로 독점적 지위를 유지했던 다국적기업의 중국 시장 지배력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리커창 가격 결정권 시장에=중국 정부의 가격개혁은 시진핑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혁의 핵심이다. 가격 개혁에 성공해야만 시진핑 정부가 강조하는 시장화 개혁도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가격 개혁 문제가 제기됐고 지금까지 몇 차례의 개혁을 단행했다. 이러한 개혁과정에서 물가상승과 이중가격제 등의 문제도 일부 나타났지만, 전반적으로 중국 경제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정부가 가격 개혁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은 가격 개혁이 일반적인 경제개혁과 달리 서민과 기업에게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개혁 과정에서 자칫 수도, 전기, 가스 등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경우 서민들과 기업들이 불만이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리 총리도 가격개혁이 서민을 위한 것이라며 독점체제를 깨뜨리는 데 집중된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석유와 천연가스, 전력, 교통, 전기통신 등의 가격개혁에 관심이 높다"며 "휘발유 등 일부 제품은 과거의 경직된 가격시스템에서 벗어났지만 시장화를 위해 보다 많은 영역에서 가격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제일재경일보는 "가격개혁을 위해서는 정부가 욕심을 버려야 한다"며 "이제까지 가격개혁이 불만을 불러일으킨 것은 정부가 가격 개혁을 통해 이익 최대화를 추구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1차 타깃은 의약품= 발개위가 의약품 가격을 가격혁명의 1순위에 올려 놓은 것은 그 동안 의약품의 가격구조가 리베이트 등으로 왜곡됐기 때문이다. 차이징 등에 따르면 중국에서 공장도 출고가 0.32위안(약57원)짜리 주사액은 몇 번의 유통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21.26위안(약 3,818원)에 팔린다. 중간 유통과정에서 발생한 이윤만 원가의 6,500%에 해당한다. 이는 유통과정에서 판매상, 병원, 의사가 모두 리베이트를 챙겨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가 경쟁입찰제도와 병원의 15% 이윤 마지노선을 정해놨지만, 판매상들이 낙찰가를 조작해 유명무실하다. 리베이트를 챙긴 후 잔뜩 올려 놓은 낙찰가에 병원 이윤까지 붙은 가격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발개위는 이에 따라 정부가 경쟁입찰을 통한 가격 결정을 폐지하고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의료보험제도와 연계한 시장가격형성을 추진한다. 의료보험이 의약품 수요에 따라 보험가 지급 표준을 만들어 의약품의 가격을 결정하고 특허약품이나 독점생산 약품 등 아직 시장경쟁이 충분하지 않은 의약품은 새로운 가격체계를 만든다. 또 국가가 일괄구매하는 혈액제품과 예방면역제품 등도 시장 거래 가격을 형성하도록 할 예정이다.

◇의약품 가격개혁 책임주체가 불분명=리 총리의 가격혁명이 의약품으로 시작됐지만, 벌써부터 업계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특히 의료보험 제도가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보험과 연계한 의약품 가격 개혁이 자칫 시장의 혼란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제일재경일보는 "발개위가 의약품 개혁을 발표했지만 관련된 인적사회자원부, 위생계획위원회는 아직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며 "결국 인사부와 위계위가 의료보험과 사회보험을 통해 의약품 가격개혁을 책임져야 한다면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발개위의 개혁안에 따르면 의약품가격 개방 후 의료보험 약품은 의료보험을 담당하는 인사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수요에 대비해 미리 약품을 구매해야 하고 특허약품 등 경쟁력이 불충분한 약품들에 관해서는 인사부가 직접 업체와 담판을 져 합리적인 가격을 형성시켜야 한다.

경제관찰보는 익명의 전문가를 인용해 "의약품 가격개혁이 합리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은 누구라도 인정한다"며 "하지만 의약품 가격개혁이 의료보험 개혁과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중국은 '도시근로자 기본의료보험', '도시주민 기본의료보험', '신형농촌 합작의료보험' 등 새로운 의료보험 체계를 도입하려 하지만 중앙과 지방재정의 문제로 논의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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