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이면 어느 부처 할 것 없이 ‘레임덕’에 시달린다고 하는데 검찰은 전혀 그런 분위기가 없다. 벌써 전직이 돼버린 정상명 검찰총장은 막판까지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연루된 BBK 의혹 사건 수사에 삼성 떡값검사 파문이 겹쳐 최고 전성기 때보다 더욱 관심을 모았다. 새로 취임한 임채진 총장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에서는 정권 교체기라 ‘3개월 단명’ 총장이 될 것이라고도 전망하지만 그에 쏠린 관심은 정 전 총장 못지않다. 임 총장은 우선 다음달 5일 이전에 BBK 의혹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해야 하는 입장이다. 전임 총장이 ‘대선 전 규명’을 약속하고 떠난 터라 임 총장도 이 가이드라인을 지킬 것이 분명하다. 임 총장도 26일 취임사에서 “정치적 고려 없이 신속 정확히 수사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한 가지 약점이라면 그 자신이 ‘삼성 떡값검사’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본인은 “추호도 로비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삼성 특별수사ㆍ감찰본부가 꾸려진 만큼 좀더 지켜봐야 할 입장이다. 임 총장은 검찰 내부적으로 “묵묵히 추진력 있게 일하는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2002년에는 홍조근정훈장을 받았고 이전에는 검찰총장 표창까지 받는 등 화려한 수상기록이 있다. 이 상들이 ‘돌아가면서 받는 상’이 아니라면 임 총장은 검찰 조직 내에서 수사나 조직운영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임 총장에 대한 세간의 ‘의혹’이 의혹에 그쳐서 그가 받은 상의 권위마저 실추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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