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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만공사 방만 경영 도마에

감사원, 운영실태 감사 결과<br>대형선박 운항 항로 접안시설 보강안돼 수십억 예산 낭비<br>러시아 항만개발 사업 물거품으로 48억투자금도 날릴판

부산항만공사(BPA)가 대형 선박 운항을 위해 수백억원을 들여 항로 준설공사를 했으나 접안시설 보강이 안돼 예산만 낭비했다. 또 해외 항만개발 사업에 나섰다가 수십억원의 투자금을 날리는 등 방만한 경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항만 비전문가인 노기태 BPA 사장의 자질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감사원은 최근 '부산항 등 4대 무역항 운영 및 유지ㆍ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BPA는 지난 2009년 부산 북항 신선대 부두에 1만TEU급 대형 선박이 접안할 수 있도록 항로 준설 및 접안시설 보강공사를 추진했다. 하지만 이 부두는 4,000TEU급 선박 기준으로 건설돼 접안시설 보강 없이는 대형 선박의 접안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BPA는 이 사업을 위해 253여억원을 들여 수심 15m에서 16m로 준설하는 공사를 완료한 상황이었고 결국 접안시설 공사를 못하고 사업은 중단됐다. 예산만 낭비한 셈이다. 또 부두 운영사가 제3자에게 임차권을 매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지난 2009년 감만부두 운영사가 부두 임차권을 다른 업체에 매각, 140여억원의 수익을 얻도록 승인해줬다. 임대차 계약에 따라 부두 운영사가 부담해야 할 시설 유지보수 비용 83억원도 BPA가 5년간 부담한 사실도 밝혀졌다. 해외 항만개발 사업에 나섰다가 48억원의 투자금도 날릴 판이다. BPA는 지난 2008년 러시아 민간철도운송회사인 극동운송그룹(DVGT)과 함께 러시아 나홋카항 컨테이너부두 개발 및 운영 사업을 진행해왔다. BPA의 첫 해외 프로젝트로 총 1,458억원을 투입, 어항인 나훗카항을 컨테이너 및 다목적 항만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BPA는 DVGT와의 협약을 통해 우선 48억원의 현금을 투자했다. 하지만 DVGT가 지난 3월 러시아 법원의 선고로 파산감독절차에 들어가면서 이 사업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DVGT는 지난 2008년 미국 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타격을 입고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BPA는 현지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사업을 계속 추진해왔던 것이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100억원의 추가 투자를 추진했으나 BPA항만위원회가 러시아 현지 실사를 통해 증자 요구안을 부결,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뒤늦게 BPA는 지난 4월 DVGT와 맺었던 협약을 해지했다. BPA측은 "지난해 10월에서야 DVGT가 파산 위기에 빠진 사실을 알게 됐다"는 무책임한 해명을 내놓았다. BPA 관계자는 "현지 합작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DVGT를 상대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해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산하 공기업인 BPA가 해외에 거액을 투자, 합작회사를 설립하고도 사업과 직결된 현지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해 사업이 실패했다면 직무 유기를 피해갈 수 없다. 항만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액의 국가 자산을 날리게 된 만큼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취임 이전부터 정치권 낙하산 인사 논란을 야기시켰던 노기태 BPA 사장의 자질론을 거론하고 있다. 노 사장은 정치인 출신의 항만 부문 비전문가로 이미 3년의 임기를 채웠음에도 지난 7월 재선임이 결정됐다. 항만업계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의 지적, 해외 투자 실패 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지난 3년간 부산항의 급박한 상황 변화에 BPA는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라며 "부산항의 발전을 위해 전문가형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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