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세계 최대의 해산물 소비시장으로 일본인의 생선 사랑은 국가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글로벌 리서치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 미국인들이 일본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스시'일 정도다. 그러나 이러한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수산업계는 100년 전 방식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첫 생산자와 마지막 구매자 사이에 존재하는 수십 겹의 유통망과 수십 년 묵은 사업관계로 얽힌 도매상과 소매상, 소통을 담당하는 전화와 팩스 등이 이들의 전통이며 이 시장에서 인터넷 공간이 쓰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최근 대형 슈퍼마켓 체인 등이 대규모 배급업자를 통한 직접구매 등을 통해 유통마진을 개선하고 있지만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그렇게 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고 WSJ는 전했다.
이러한 틈을 새로운 사업 기회로 삼은 것이 지난 2011년 설립된 '하치멘롯피'라는 생선 유통업체다. 은행원 출신의 마쓰다 마사나리(35) 최고경영자(CEO)가 세운 이 회사는 자신들이 만든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된 아이패드를 고객 식당에 지급한다. 이 앱을 통해 식당 주인은 날마다 새로 잡힌 고기를 확인할 수 있고 필요한 생선이 있으면 곧바로 주문도 가능하다. 주문이 이뤄진 생선은 신선한 상태로 다음날 배달된다.
일본의 중견 채용서비스 회사인 '리쿠르트'와 모바일게임 업체 '디엔에이(DeNA)'로부터 펀딩을 받은 하치멘롯피의 현 고객 수는 1,700곳으로 회사 창립 당시 300곳에 비해 5배 이상 늘었다. 마쓰다 CEO는 오는 2018년까지 고객을 1만곳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고 최근에는 채소시장에도 발을 들였다. 조만간 육류 및 사케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하치멘롯피의 수익창출 구조는 간단하다. 전체 공급 체인의 정보를 수집, 가장 싼 값에 생선을 사들인 뒤 아이패드를 활용해 이를 최종 구매자에 되판다. 이렇게 중간 유통경로를 단순화함으로써 회사는 전통 도매시장을 통한 매입가의 절반 가격에 생선을 사들이고 있다. 어민들 역시 하치멘롯피의 매개를 거침으로써 과거에 비해 두 배가량 높은 가격에 생선을 팔 수 있게 됐다.
WSJ는 하치멘롯피와 같은 일본 신생 기업들이 수산업을 신규 사업진출 영역으로 삼는 사례가 늘고 있고 이에 따라 옛 방식을 고수해온 업계 문화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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