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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당리당략에 밀린 국익
입력2005-05-27 16:43:46
수정
2005.05.27 16:43:46
김병기 기자 <정치부>
국익은 뒷전으로 돌리고 당리당략만 따지는 정치권의 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의 발언. 야치 차관은 지난 11일 “미국이 한국을 충분히 신뢰하지 않아 일본도 한국과의 정보 공유 협력에 있어 신중한 자세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발언 내용이 국내에 보도되자 정부와 여당은 야치 차관의 문책을 요구하는 등 강력 항의했다. 한나라당은 정부의 잘못된 외교정책이 문제의 근원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야치 차관의 발언은 23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를 통해 국내에 알려졌다. 워낙 민감한 내용이어서 곧바로 이슈화됐고 한나라당은 이를 ‘동북아균형자론’을 공격하기 위한 소재로 십분 활용하고 있다.
박진 한나라당 의원은 “동북아균형자론은 일본과의 공조도 어렵게 만들었고 대한민국을 국제 사회에서 고립시키고 소외시키고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맹비난했다.
국력을 모아 대처해야 할 외교적 사안을 정략적으로 활용하기는 여당과 정부도 마찬가지다. 문제의 발언은 11일 나왔고 언론에는 24일부터 보도되기 시작했다. 발언 내용을 보고받고도 별다른 대응이 없던 정부와 여당은 문제가 언론을 통해 확대되자 초강경 자세로 돌아섰다.
청와대는 26일 야치 차관의 발언은 “주제 넘는 일”이라고 비난했고 외교통상부도 이날 “일본 정부가 공개사과와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는 논평을 냈다. 열린우리당은 한발 더 나아가 야치 차관의 해임을 촉구했다.
정부와 여당의 대응에 시차가 나는 것은 국민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독도 문제,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가 터졌을 때도 정부의 강경한 자세가 국민적 호응을 얻었었다. 야치 차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이 같은 인기영합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야당은 정부ㆍ여당의 외교 실정을 공격하기 위해, 정부ㆍ여당은 정권 인기도 상승을 위해 외교 문제를 이용하고 있는 형국이다. 결과는 비참하다. 일본은 콧방귀도 안 뀌고 있다. 주변국의 신뢰는 신뢰대로 잃으며 외교협상력마저 떨어지는 판국이다. 당리당략보다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책임 정치가 구현될 날은 아직 요원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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