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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 최저 소득층 40억 인구 잡아라

"미래 소득 늘면 블루오션" 日·中 등 글로벌 기업들<br>5만엔짜리 오토바이 등 저가제품 마케팅 경쟁<br>구매력 낮아 실패 사례도


전세계 인구 40억명이 포진한 연소득 3,000달러 미만의 최저 소득층, 이른바 소득 피라미드의 바닥(BOPㆍbottom-of-pyramid) 계층을 노리는 각국 기업들의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장차 소득수준이 오를 때 본격적으로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초저가 제품과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아프리카나 인도 등지의 빈곤층을 공략하고 있는 것. 특히 최근에는 일찌감치 개도국 진출에 나섰던 서구 선진기업들에 이어 일본이나 중국 등의 후발기업들도 'BOP 사업'에 가세해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일본 혼다는 탄자니아에서 5만엔(56만원)을 밑도는 저가 오토바이 생산에 돌입했다. 중국이나 인도에서 싼 부품을 수입해 현지에서 사람 손으로 직접 조립하는 방식을 택하기 때문에 투자액은 1억엔을 밑돈다. 혼다는 이미 나이지리아에서도 저가 오토바이 생산에 나섰으며 앞으로 다른 아프리카 국가도 개척하기 위해 조만간 전문 영업조직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제약업체들도 풍토병 치료제를 개발해 개도국시장을 노크한다. 다이이치산쿄는 인도 자회사를 통해 직접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제를 판매할 예정이며 에자이는 내년부터 케냐ㆍ아이티 등 37개국에서 필라리아병 치료제를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장차 본격적인 사업확대를 염두에 두고 일단 미개척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다.

이처럼 일본 기업들이 아프리카 등지의 개도국으로 속속 진출하는 것은 약 40억명에 달하는 개도국 빈곤층을 미래의 구매층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인구의 소득 피라미드에서 연소득 2만달러 이상인 고소득층이 2억명, 그 아래 중간층 인구가 25억명에 달하는 한편 연소득이 3,000달러에 못 미치는 BOP층 규모는 약 40억명으로 전세계 인구의 약 60%를 차지한다. 지금은 형편없는 소득수준 때문에 기업들에 별다른 이익을 안겨주지 못하지만 신흥국시장에서의 경쟁이 워낙 치열해지자 기업들이 미래의 잠재성장력을 내다보고 이들 개도국시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신흥국 경제의 대표주자인 중국도 아프리카 등 개도국 공세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휴대폰 부문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저렴한 중국산 '짝퉁' 휴대폰이 아프리카로 대거 유입되면서 동아프리카 케냐 마사이족의 휴대폰 보급률이 70%에 달한다고 전했다. 짝퉁 휴대폰이 어느 정도 보급되자 케냐 시장 자체가 확대돼 최근에는 중국 화웨이의 정품도 점유율을 점차 늘려나가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사실 일본이나 중국 기업들은 BOP시장에서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 기업에 비해 한발 늦은 후발주자들이다. 생필품 업체인 유니레버는 개도국의 빈곤 수요층을 겨냥해 소포장 세제를 대거 투입하고 있으며 프랑스 식품업체 다농은 지난 2년 동안 인도시장에서 요구르트 등 5~6개 제품을 선보이며 BOP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다농은 관련사업을 키우기 위해 BOP사업부도 별도 설립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현지 기업들도 자국의 빈곤층을 새로운 시장으로 인식하고 본격적으로 힘을 싣기 시작했다. 2009년 70달러짜리 냉장고를 선보여 인도 서민층 공략에 성공한 고드레즈그룹은 앞으로 초저가 냉장고 판매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BOP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제품군도 선보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매력이 형편없이 낮은 BOP시장 개척에는 실패 리스크도 적잖이 따른다. 인도 서민들을 겨냥한 '세계에서 가장 싼 차'로 주목됐던 인도 타타그룹의 저가차 '나노'가 대표적인 예다. 2009년 출시된 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손익분기점의 절반 수준(2월 현재 9만2,000여대)밖에 팔리지 않는 나노는 서민들이 오토바이 대신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대와 인도의 대출금리 상승, 서민들의 가처분소득 정체로 '인도 국민차'라는 이름이 무색한 중ㆍ고소득층의 '세컨드카'로 명맥을 이어가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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