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해양레저와 국내 여객선 사업의 활성화로 해상사고는 늘고 있지만 정작 안전관리를 위한 정부 예산은 줄어들고 있어 안전관리에 대한 전 방위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특히 정부가 기본적으로 안전예산을 쓸데없는 돈으로만 인식하지 말고 '안전=최고급 복지'라는 방향으로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현 정부의 안전에 대한 접근 방식도 경찰 등 사회안정에만 지나치게 치우쳐 있어 생활안전 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시킬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학계와 시민단체 등 안전관리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정부의 이번 사고 대응이 총체적 난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재난 대비와 관련한 돈과 전문조직에 소홀히 한 결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세월호 침몰사고의 경우 정부 당국이 결국 재난시스템의 난맥 속에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사고 직후 "단 1명의 인명피해도 없도록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는 지시사항은 이제 '단 한명이라도 구하라'는 뜻으로 180도 변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이번 사고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해양수산부와 안전행정부의 안전관리예산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올해 해수부의 해양사고 안전관리예산은 5,4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10억원이 줄었다.
우리나라 전체 해역에서 최근 5년간(2008~2012년) 연평균 선박사고(충돌·접촉·좌초) 발생 건수는 234건에 달한다. 특히 국내 해양레저 산업의 경우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지정해 적극적인 활성화에 나서면서 해양산업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정작 안전예산은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해상사고는 점차 대형화하고 있는 추세다. 해경에 따르면 지난 2012년 해상 조난사고 인명은 1만1,302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조난사고 선박은 1,632척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이를 경험한 사람들의 수는 더 늘어 사고가 대형화하고 있는 것이다. 탑승객이 많은 여객선 운항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국정 운영의 방향을 복지 쪽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결국 안전예산은 뒷전으로 밀린 상황이다. 정부부처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안전예산은 주요 예산 분야 중에서도 가장 중요성이 낮아 예산 감축 때 최우선적으로 깎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구나 안전예산이라고 하더라도 각 부처별로 살펴보면 교량 건설이나 도로 등 간접비용까지 너무 포괄적으로 안전예산에 포함된 경우도 많아 보다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예산비용관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윤호 안전실천시민연합 안전사업실장은 "1990년대 중반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잠깐 안전의식이 강화되는 듯했으나 이후 정부를 비롯한 사회 인식이 제자리로 돌아온 상태"라며 "안전은 최고의 복지라는 점을 특히 현 정부 당국자들이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에 이미 해양 관련 기관이 이달 해양사고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다는 점에서 사회 전반적인 안전불감증도 도마에 올랐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은 지난달 말에 "서남해역은 섬이 많은데다 물살이 세고 조업하는 어선이 많은데 특히 4월에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해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해양심판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평균적으로 4월은 선내 안전사고나 인명사고가 27건에 달해 9월(29건)에 이어 1년 중에 가장 사고가 많은 달로 분류됐다. 서해에서는 지난해 197건의 사고가 일어나 남해(156건)나 동해(48건)보다 월등히 많았다. 결국 정부와 선박업계가 이를 조금이라도 더 유념하고 안전예방에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번과 같은 대형 재난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큰 대목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재난관리예산은 국회에서 항상 뒷자리에 있고 전체적으로 낭비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특히 현 정부의 안전정책은 경찰과 어린이 등 치안 쪽으로만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는데 이를 자연재해나 사회적 재난 등으로까지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