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북아프리카 및 사하라 지역 곳곳에서 이슬람 과격세력들이 리비아 등지에서 흘러나온 무기를 앞세워 무력 봉기하고 있지만 군ㆍ경찰력이 약한 각국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은 상황이다. 특히 이 지역과 정치ㆍ경제ㆍ역사적으로 내밀한 관계에 있는 유럽 국가들이 또다시 개입해 최악의 경우 수십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사막전쟁'을 치르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0일(현지시간) 알제리에서 외국인 납치사건을 벌인 이슬람 무장세력들이 리비아에서 흘러나온 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알제리 특수부대가 인질극 진압 후 압수한 무기들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1년 당시 리비아 반군이 무아마르 카다피 정부를 몰락시킬 당시 사용했던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AFP는 내전이 벌어진 말리에서도 리비아 무기가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AFP는 "카다피의 용병으로 갔던 투아레그족이 말리로 귀환하면서 무기를 가지고 왔다"고 보도했다.
리비아 무기 유입은 알제리와 말리뿐만 아니라 나이지리아ㆍ니제르ㆍ차드 등 사헬 지역 국가들 대부분에서 확인되고 있다. 유엔 실사단 발표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현정부의 최대 위협세력인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도 리비아에서 유출된 무기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십년간 군사 집권했던 독재정권 붕괴가 지역의 민주화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사하라 지역 이슬람 무장단체의 득세라는 또 다른 후유증을 낳은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정치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은 "북아프리카ㆍ중동 지역에서 급진주의와 분파주의 세력이 크게 확대되면서 '아랍의 봄'은 더욱 길고 뜨거운 '아랍의 여름'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처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가공할 만한 화력으로 무장한 이슬람 세력들이 위협적 존재로 급부상하자 유럽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번 알제리 사태에서 자국민 피해자가 여섯명 발생한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북아프리카와 사하라 지역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전쟁을 벌여야 할 상황에 처했다"며 "수십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캐머런 총리는 "사헬 지역에서 부상하고 있는 알카에다 연관세력과 맞서려면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며 "더 큰 군사ㆍ외교ㆍ경제적 개입이 요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프가니스탄 파병으로 아직까지는 지상군 투입 등의 여력이 없지만 지역안정을 위한 복합적이고 장기적인 개입계획 마련에 나서겠다고 시사한 셈이다.
말리 내전에 개입한 프랑스 역시 사태 장기화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국방장관이 "말리를 완전히 정복하는 게 목적"이라며 "반군을 조금도 남겨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사실상 게릴라전으로 펼쳐지고 있는 말리전을 단기간에 끝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말리뿐만 아니라 과거 프랑스 식민지로 특수관계에 있는 차드ㆍ니제르ㆍ세네갈 등지에서도 이슬람 무장세력들이 확대되고 있어 프랑스가 아프리카에서 발을 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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